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세상읽기] 사물의 원리와 남북관계

  • 입력 : 2018.05.02 17:18:59   수정 :2018.05.02 17:40:47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280334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상상해 보자. 빈 공간에 두 원자가 있다. 아주 멀리 떨어져 있으면 두 원자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조금 가까워지면 두 원자는 붙기도 하고 더 가까이 붙이려 하면 반발하기도 한다. 원자는 가까이 있을 때 서로 강하게 반응한다.
사물의 원리는 원자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원자가 결합해 사물을 형성하기 때문에 원자가 어떻게 결합하는지 알면 된다. 두 원자의 상호작용은 힘과 거리의 함수다. 물리학에서 상호작용은 당기는 힘과 밀어내는 힘의 합으로 표현한다. 원자 사이의 당기고 밀어내는 힘은 거리에 반응하며 원자의 결합과 사물의 형성을 결정한다.

힘은 거리에 반응한다. 두 원자 사이의 상호작용은 거리가 가까울수록 강하다. 밀어내는 힘보다 당기는 힘이 강하면 자연스레 스스로 가까워진다. 충분히 가까우면 두 힘에 균형이 생기고 두 원자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결합한다.

힘이 균형을 이룰 때 원자는 규칙적인 배열을 갖는다. 그리고 힘의 균형으로 원자 배열에 대칭이 나타난다. 대칭은 부분을 구성하는 규칙이 전체 공간으로 조화롭게 확장하는 양상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원자 배열의 대칭은 사물의 결정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원리다. 이렇듯 조화와 균형의 대칭을 가진 결정 구조는 언제나 아름답다. 대칭은 과학에서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사물을 구성하는 원소 종류는 다양하다. 원소는 저마다 전자 수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원자의 가장 바깥 궤도를 도는 전자가 원자 결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에 의해 다양한 결합과 반응이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원소마다 독특한 원자 결합을 한다. 원자들이 결합하는 원리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간단히 그 원리를 알아보자.

금속 원자는 한 원자에 속박되지 않은 전자가 원자들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전체 원자를 묶어준다. 대부분 금속이 이렇게 결합한다. 금속 원자는 대체로 구형이다. 금속 원자를 공간에 쌓아 배열하는 문제는 공 쌓기와 유사한데, 원자 사이의 힘이 균형을 이루고 안정할 때 가장 효율적인 공간 쌓기가 가능하다. 사과를 조밀하게 쌓듯 금속 원자는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채울 수 있다.

전자를 내어주거나 받아들일 때 안정한 원자가 있다. 이들은 전자를 잃거나 얻으며 양이온과 음이온이 된다. 이온 사이에 전자를 주고받으며 양이온과 음이온이 만나 결합을 이룬다. 소금은 나트륨 양이온과 염소 음이온이 결합하는 대표적인 이온 결합 물질이다.

원자가 인접한 다른 원자와 전자를 공유하며 견고한 결합을 유지하기도 한다. 탄소가 공유 결합의 좋은 예인데 탄소 원자는 인접한 네 개의 탄소 원자와 전자를 서로 공유한다. 탄소 원자 곁에 탄소 원자 네 개가 감싸고 있으면 매우 견고한 정사면체 구조를 이룬다. 이것이 가장 단단한 다이아몬드 구조다. 탄소 네 결합 중 하나가 약해지면 아주 무른 흑연이 되기도 한다. 공유 결합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하고 흑연이 되기도 하는 원리다.

대부분의 원자나 분자는 전기적인 대칭이 한쪽으로 쏠려 양전하와 음전하로 나뉜 쌍극자가 될 수 있다. 쌍극자는 서로 끌어당겨 약한 결합을 이룬다. 이러한 쌍극자 사이에 발생하는 판데르발스 결합은 아주 약하지만 분자들 상호작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물의 독특한 구조와 특성은 원자의 상호작용에 기인한다. 결합을 이루고 온전한 사물이 되려면 원자가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서로 만나야 비로소 결합이 가능하다. 원자 결합의 상호작용은 힘과 거리의 함수다.

상호작용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사람 사이에도 친밀도에 따라 적정한 거리가 있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편안함을 느끼는 사회적 거리가 있다고 했다. 연인 사이는 신체 접촉이 가능한 46㎝ 이내, 타인과는 1.2~3.7m 정도 떨어져야 안정감을 갖는다. 인간의 관계도 친밀도와 거리의 함수다.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남과 북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가까워진 거리만큼 친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밀어내는 힘보다 당기는 힘이 강해 주변 도움 없이 스스로 결합하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 이 관계가 단단하게 무르익어 대한민국의 가장 큰 꿈이 실현되길 바란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