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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인도 사람의 약속

  • 입력 : 2018.01.12 15:49:25   수정 :2018.01.12 16: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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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장으로 근무할 때 인도 대법원과 공동으로 뉴델리에서 큰 학술대회를 열었다. 인도 총리와 각료들, 대법원장, 대법관 등이 참석하였는데 그 인연으로 어느 인도 대법관에게 인도 대법원장의 한국 방문 주선을 부탁받았다. 우리 경제에 큰 중요성을 가질 인도와 법률 교류를 튼다는 자부심에서 열심을 내어 우리 대법원장과 면담 약속을 받고 헌법재판소와도 거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도에서 연락이 왔다. 인도 대법원장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 방문이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대법원장 면담 일정을 피차에 확인하였는데 그렇게 나오니 참으로 황당하였다. 그런데 인도를 잘 안다는 분들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 "인도 사람들이 약속하는 것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그들의 약속은 `형편이 허락하면`이라는 전제가 들어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약속만 하지 말고 약속을 지키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인도의 윤리는 상황 윤리라고 어떤 책에서 읽은 것이 생각났다.

또한 인도에 있는 동안 우리 기업들이 인도에서 겪는 터무니없는 어려움들에 대해 들은 이야기도 생각났다. 인도 대법원장의 약속 파기와 유사하거나 그와는 다른 종류의 어이없는 일들로 고생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후 접촉하던 인도 대법관이 나를 자기네 학술대회에 초청한다는 초청장을 보내었지만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난 지금 나는 생각이 달라졌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접촉하게 된다. 그러면서 인도 대법원장의 약속 파기와 같은 일로 문화 충격을 느끼는 경우도 겪게 된다.
지금도 인도의 상황 윤리가 좋다거나 훌륭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만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대하는 상대방도 자기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내 잣대로 판단하고 비판해 버리면 교류는 불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우리 기업들이 인도와 같은 다른 문화권 국가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할 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유환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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