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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개성공단, 아름다웠던 시절

  • 장박원 
  • 입력 : 2018.04.30 17:17:07   수정 :2018.04.30 17: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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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버스로 얼마 달리지 않아 도착했다. 남북 전화가 단절된 지 60년 만에 민간 전화선이 개통되는 날이었다. 행사를 주관한 KT가 출입 기자들을 초청해 북한 땅을 처음 밟았다.
한 해 전인 2004년 12월 개성공단은 첫 시제품을 내놓았다.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이 북한과 합의서를 채택한 지 4년, 공단 착공 2년 만에 거둔 결실이었다. 아직 공단의 면모를 갖추지는 못했다. 1차 입주 업체 공장 몇 동만 눈에 띄었다. 통행과 통관, 통신 등 이른바 3통은 원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전화 개설로 겨우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됐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참석자들의 눈빛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2단계 사업까지 이루어지면 훨씬 좋아질 겁니다. 근로자들이 일도 잘하고 분명 경쟁력이 있습니다. 기대가 크죠." 한 입주 기업인의 이 말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 그 후 2년 동안 개성공단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다. 이듬해 봄 1단계 330만㎡(100만평)의 토지 조성 공사가 끝났고 공단으로 출근하는 북한 근로자는 1만명을 돌파했다. 이즈음 외국인들도 관심을 보이는 등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을 상징하는 곳으로 각광받았다. 준공 3년 만인 2007년 공단 누적 생산액은 1억달러를 돌파했다. 북한 근로자 수는 1년 만에 다시 2배로 늘었다.

그러나 2008년 2월 정권이 바뀌면서 공단에는 먹구름이 몰려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지나친 임금 인상 요구,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남측의 `5·24 조치`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래도 공단 폐쇄를 막기 위한 남북의 노력은 계속됐다.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가동을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회담을 벌였다. 남북 관계 경색에도 유일하게 남은 평화지대를 지키려는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 2013년 또 큰 사건이 벌어졌다. 개성공단 누적 생산액이 20억달러를 넘어섰던 해였다.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자 북한은 4월 공단 근로자 전원 철수를 결정했다.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를 취재하며 입주 중소기업 대표들을 많이 만났다. 발을 동동 구르던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개성공단이 5개월 만에 재가동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의 탄원과 노력이 있었다. 온갖 역경에도 지켜냈던 개성공단은 2016년 벽두에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북한은 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이 불가피했던 정부는 2월 10일 오후 5시 전격적으로 개성공단 중단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2년2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에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를 명시하며 재가동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 직전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입주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6%가 공단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응답했으니 여건이 조성되면 공단 재가동은 급물살을 탈 것이다. 물론 이제 막 북한의 비핵화가 첫발을 뗀 시점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말하는 것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올 수도 있는 `아름다운 시절`을 지키기 위한 방안은 미리 생각해볼 수 있다. 이번엔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정치·외교적 외풍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과 일본, 미국, 유럽, 러시아 기업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날 개성공단엔 식당이 없어 개성시에서 식사를 했다. 개성시로 들어가며 버스 창밖으로 본 북한 주민들 모습은 헐벗은 민둥산과 많이 닮아 있었다.
식당에서 북한 당국자가 옆자리에 앉았다. 서먹한 분위기를 없애려고 그는 북한 음식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어느 정도 친밀감을 느낀 뒤에 우리는 개성공단이 잘 운영돼 남북이 평화롭게 지내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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