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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통신] "나는 안중근을 생각하면 언제나 눈물이 난다"

  • 입력 : 2018.04.30 17:08:10   수정 :2018.04.30 17: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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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거행된 안중근 의사 순국 108주년 추도식에는 많은 일본인들이 참석하였습니다. 지인들이 일본 메이지유신의 원훈(元勳)으로 근대화를 이끈 정치인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를 일본인들이 서울까지 찾아와 추도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며 그 이유를 저에게 묻습니다.

물론 일본인들 가운데 안중근 의사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알더라도 피상적으로 아는 사람이나 정치적 의도를 지닌 일부 정치인들은 안 의사를 그저 범죄자나 테러리스트 정도로 폄하합니다.
그러나 안 의사의 인품이나 평화 사상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존경해 마지않습니다. 특히 그가 일본과 일본인에 대하여는 추호도 나쁜 생각을 갖지 않았다는 데에 이르면 더욱 그러합니다. 이토가 한국 침략과 관련하여 일왕을 속이고 있음을 처단 이유의 하나로 삼았듯이 일왕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였으며, 처형 직전 한일 친선과 동양 평화를 강조하였으며, 유묵 `일한교의선작소개(日韓交誼善作紹介·한일 친선은 서로를 잘 아는 데서 생긴다)`처럼 그 내용뿐 아니라 어순에서도 일본을 앞세워 일본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을 보여준 것들이 그것입니다. 안 의사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먼저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 접촉하였던 일본 관헌들입니다. 그들은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행위가 개인적인 원한이 아니라 조국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한 의거였으며 숭고하고 뛰어난 인품을 지닌 인물임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알고 존경하였습니다. 구리하라 사다키치(栗原貞吉) 형무소장, 야스오카 세이시로(安岡淸四郞) 검사, 미즈노 기치타로(水野吉太郞) 관선 변호사, 히라이시 우지히토(平石氏人) 뤼순 고등법원장, 지바 도시치(千葉十七) 간수 등이 그들입니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대를 이어 안 의사의 영혼을 위로하기도 하고, 옥중에서 안 의사에게 받은 유묵들을 잘 간직하다 한국에 반환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안 의사의 진면목을 알리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미즈노 변호사는 생전에 "나는 안중근을 생각하면 언제나 눈물이 난다"고 말하곤 하였습니다. 특히 헌병 간수였던 지바 도시치는 일본으로 돌아가 평생 안 의사에게 받은 유묵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앞에 사죄의 의미로 배례하고 유묵은 그의 후손에 의해 한국에 반환되었습니다. 지바 도시치에게 안 의사의 인품을 전해들은 유족이나 고향 사람들은 대림사(大林寺)에 `위국헌신군인본분비`, 청운사(淸雲寺)에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 현창공양비(顯彰供養碑)`를 세우고 매년 9월 대림사에서 안 의사 추모 법회를 열고 있습니다. 1979년 안도 도요로쿠(安藤豊祿) 오노다(小野田)시멘트 회장 등이 `안중근연구회`를 창설한 이래 안 의사를 연구하고 알리는 일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 밖에 평범한 주부들도 모임을 만들어 같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이번 추모식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들은 일본에서 우익들에게 비판이나 위협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982년 8월 10일 일본 참의원 문교위원회에서 하타노 아키라(秦野章) 의원(나중에 법무장관이 됨)은 오가와 헤이지(小川平二) 문교장관에게 질문하면서 "한국에서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이 영웅인 것은 당연하고, 일본에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위대한 정치가이다. 이는 모순되는 것이 아니고 여기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양국 사이에 우호관계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발언하였습니다.
이것이 일본 의회 속기록에 안중근이라는 이름이 올라간 최초의 일입니다. 그는 질의 후 한 기자에게 "아직 일본에서는 안중근이라는 역사상 중요 인물을 알지 못하는 정치가, 공무원, 언론인이 많으므로, 한 사람이라도 더 안중근을 알게 하기 위하여 질문 형식으로 소개하였다"고 하였습니다.

하타노 의원은 일본에서도 안중근 의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평가가 필요하며 이를 통하여 바람직한 한일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렇듯 안중근 의사는 바람직한 한일 관계로 나아가는 디딤돌이지 결코 걸림돌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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