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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100년 기업' 꿈은 아니다

  • 김명수 
  • 입력 : 2018.04.29 18:02:33   수정 :2018.04.29 19: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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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 렉서스 부품 이상으로 대규모 리콜을 해야 했다. 도요타 역사상 가장 큰 위기였다.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의 침체 속에서 터진 대사건이었다. 더욱이 오너가 4세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5조원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취임한 지 3개월도 안된 시기였다.
2010년에도 다시 리콜 사태가 터지면서 급기야 도요다 사장은 미국 의회 청문회까지 서야 했다. 눈물까지 흘리면서 사죄했다. 이 같은 반성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에서 2011년 4위로 추락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 도요타는 다시 세계를 평정하면서 옛 명성을 찾았다.

오너가 4세 경영은 사실 요즘 기업 세계에서 찾기 힘들다. 그만큼 4세까지 기업이 영속적일 수 없고 설령 기업이 영속적이더라도 4세까지 소유권이나 경영권이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국내에서도 두산그룹 정도가 4세 경영 체제다.

전 세계적으로도 4세 경영으로 이어진 기업은 4%에 불과하다는 게 한 연구 결과다. 3세 경영이 성공하기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는 방증이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액센츄어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미국 대표 기업인 S&P500지수 소속 기업의 평균 존속기간은 15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의 4세 경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최근에 만난 국내 5대 그룹 전문경영인들은 오너 경영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위험을 떠안는다는 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신속히 판단하고 일관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혔다. 임기 내 큰 손실을 보지 않으면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 전문경영인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대규모 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오너들은 과감한 결단을 내려 장기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도전한다는 것이다.

도요타가 4세 경영까지 오면서 과거 명성을 되찾은 것에도 오너의 과감하고도 일관성 있는 결단이 자리 잡고 있다. 도요타는 오너가(家) 사장도 검증을 거친다는 점이 독특하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입사한 후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기까지 25년 동안 회사 현장에 근무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도요타는 오너가와 전문경영인 모두 CEO 자리에 오르는 점도 특이하다. 도요타는 1937년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CEO 11명 중 6명이 오너 쪽이었고, 5명이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오너가와 전문경영인의 장점을 골고루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 리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은 다양한 업종과 새로운 기술 흐름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고 이를 활용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요다 사장은 강력한 `디지털 리더십`으로 미국 독일 이스라엘 등 기관과 함께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 `e팔레트`라는 모바일 교통 체계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다. 도요타는 더 이상 단순 제조업체가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 국내와 세계,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 간 융합을 이끄는 세계 최고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3세 경영이란 `오너 경영 리스크`가 화두가 돼버린 형국이다. 일부 기업의 `오너 갑질`이 해당 기업에 대한 불신은 물론 반기업 정서마저 키우고 있다. 일부 기업의 문제가 전체 기업으로 번질까 우려될 정도다. 오너가 모든 일을 잘할 수 없다. 그러나 경영진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와 소통 능력은 필수다. 회사 비전을 얼마나 임직원과 공유하면서 실천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셈이다.

실리콘밸리의 초우량 기업들은 달랐다. 그들은 창업가적 도전정신 외에 인류사회에 기여한다는 비전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은 `세상의 정보를 체계화해 인류를 이롭게 하겠다`는 비전을 `액자용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과 소통하면서 공유하고 있다. 구글은 소통과 실천을 위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구글가이스트`라는 설문조사를 연 1회 시행한다. 직원의 애로사항도 해결하고 주인의식도 북돋운다. 세계 최고로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위상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요즘 국내 기업들이 창립기념식 때마다 인용하는 공통 단어는 `100년 기업`이다.
그만큼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럴수록 창업가적 도전정신이 넘쳐나야 한다. 인류애를 실천하기 위해 회사를 세웠다는 창업 당시 비전을 전 직원이 공유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국 대표 기업의 평균 수명인 15년조차 넘기기 힘들다.

[김명수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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