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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한류이야기] 새 시대의 서막, 4월의 봄

  • 입력 : 2018.04.27 17:05:39   수정 :2018.04.27 17: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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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봄, 일부 남아 있는 베를린 장벽을 손으로 쓰다듬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주는 쓸쓸함을 나는 아직 생생히 기억한다. 살아생전 본인은 다시 북에 있는 고향 땅을 밟지 못 할 거라 믿었던 분이기에 1990년 통일이 된 독일 땅에라도 온 가족과 함께 찾아가고 싶었으리라.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직도 살아 계시어 이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의 봄을 같이 맞아 손잡고 그리 말씀하셨던 고향 땅을 같이 밟을 수 있다면, 음치였던 아버지의 애창곡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노래 부르던 그 목소리가 귀에 남아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꿈 같은 이때, 마냥 기쁠 수만은 없는 만감이 교차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새로운 시대가 열릴 때마다 그 사회는 진통을 겪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한 아이의 탄생에 있어 어머니가 겪는 출산의 고통이 필연적이듯 우리의 역사에서도 큰 체제의 변화나 개혁이 있었을 때 혼란스러운 시기는 필수로 따라왔다.
양반과 노비가 존재했던 계급 사회가 몰락하였을 때 평생을 그 체제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은 새 세상이 주는 합당한 가치를 알면서도 새 체제에 대한 불편한 거부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새 세상이 열어 주는 그 가치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어떤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가에 따라 그 체제는 자리 잡기도 하였고 또 다른 체제는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몰락하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있어 가치는 세월이 가면서 특정 계급의 사람들로부터 좀 더 폭넓게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인권, 평등, 평화에 대한 것으로 옮겨 가고 있으니 실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남과 북에 종전이라는 마침표가 찍어지며 평화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을 때 예기치 못한 어떤 혼란의 시기가 있더라도 후세들이 맞이할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된다면 우리는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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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에서 `외식서비스업 트렌드 분석`이라는 교과목을 맡아 한 학기 동안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짧은 지식으로 한 주 100분간의 강의 자료를 준비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고 처음 개설된 과목이라 참고할 만한 교재도 찾기 어려워 고민하던 중 교과목에 충실하게 `트렌드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다. 소위 트렌드를 한때 지나가는 유행이나 경향쯤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는 시대적 조류, 즉 쉬운 말로 대세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외식서비스산업에 있어 트렌드를 분석하는 것은 먹거리 소비 흐름을 파악하고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맞는 요건을 갖추어 성공적인 경영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으나, 이 먹거리 산업만을 따로 떼어 내어 트렌드를 분석할 수는 없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겪고 있는 모든 상황이 트렌드에 영향을 주고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기후, 인구, 경제, 정치 분야의 모든 상황은 시시각각 변한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가치관도 이 상황에 영향을 받아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는데 그 시간이 더디어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 예전에는 누구에게도 부끄러워 말하지 못했고, 또 오히려 그 책임을 떠맡아야 했던 성범죄를 당한 여성들의 미투 운동과 어느 재벌 총수 일가 사람들의 봉건시대적 영주 같은 태도에 대한 여론을 보면 현 시대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앞으로 겪어야 할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용기 있게 이런 불합리한 현실에 대해 알리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음은 또 다른 의미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 사회가 종료되고 새 시대가 열리는 서막과도 같다. T S 엘리엇이 생명의 부활을 약속받은 이 찬란한 봄의 계절을 역설적으로 얘기한 잔인한 사월의 마지막 주, 평화와 평등의 잠든 뿌리가 봄비에 깨어나는 새 시대가 되길 소망해 본다.

[한윤주 콩두 푸드&컬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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