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한미연구소만 그럴까

  • 윤경호 
  • 입력 : 2018.04.25 17:27:19   수정 :2018.04.25 17:43:18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264628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한미연구소(USKI) 사태를 보면서 씁쓸했다. 과거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할 때도 비슷한 일에 분통을 터뜨렸는데 변한 게 없었다. 아까운 국민 세금만 날렸다. 뭔 일에 돈을 썼는지 따져보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을 넘어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을 내세워 돈만 줬지 챙기지 않았다. 이제야 나섰다가 인적 청산 논란만 빚었다. 구재회 한미연구소장 교체와 USKI 지원 중단 전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수년 전 직접 봤던 정황과 최근 워싱턴에서 다녀간 지인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다. 워싱턴DC에 같이 있는 한미경제연구소(KEI)도 비슷하다. 싱크탱크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로비단체로서는 활동이 너무 빈약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 KEI가 현지에서 전문가들과의 만남이나 세미나를 몇 번이나 마련했는지 묻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한다. 우리의 세금이 어떻게 낭비됐는지 가까이에서 잘 봤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 외교관 출신의 소장은 이명박정부가 출범하자 외부 세미나에서 자신을 채용한 전임 노무현정부를 공공연히 비판하고 다녔다. 진보정부든 보수정부든 가릴 것 없이 실컷 돈 대주고 무시당하는 꼴이었다.

연구소라고 이름 붙은 워싱턴 소재의 두 기관에 우리 정부가 쓴 돈은 최근 10여 년만 따져도 한 해에 500만달러씩을 족히 웃돈다. 양쪽에 각각 250만달러가량의 국민 세금이 매년 보내졌다. 한국을 들먹이는 친한파 미국 사람들에게 혹은 미국통 운운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급여나 활동비로 고스란히 바쳐졌다. 워싱턴에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 헤리티지, 우드로 윌슨 센터 등 미국 싱크탱크들에도 음으로 양으로 지원이 이뤄져 왔다. 몇몇 곳엔 코리아체어라는 자리를 만들어 비용도 댔다. 정부가 돈을 내면서 그 점을 내세우면 안 된다며 한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 전경련·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나 우리 기업들도 주요 싱크탱크에 기부를 해왔다. 모아 놓으면 거액이지만 보험료 내듯 쪼개서 주다 보니 눈에 별로 뜨이지 않았다. 받는 쪽은 그다지 고마워하지도 않고 돈 내면서 생색도 못 냈다.

차제에 우리 예산이나 기업 돈을 건네는 공공외교를 모두 손봤으면 한다. KIEP가 돈 댄다고 워싱턴에서 돌아가는 사정도 모르는 이들이 나서 봐야 안 먹힌다. KIEP를 산하에 거느린 경제사회이사회 이사장이 서울에서 한미연구소 활동을 어찌 알겠나. 돈 낸 부처 따지지 말고 차라리 현지 주미대사관에 감독 권한을 넘겨라.

KEI와 USKI 같은 단체를 하나로 합치는 게 낫다. 가칭 코리아센터 같은 이름으로 큰 울타리를 친 뒤 경제, 에너지, 문화 등 한국 관련 업무나 연구를 하는 개별 기관을 우산 아래에 끌어들여 지원하자. 전직 주한미국대사나 친한파 전직 상·하원 의원 같은 빅샷을 얼굴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로비 창구로 활용하고 싶으면 그쪽 규정에 맞춰 로비스트로 등록하도록 하면 된다. 활동 내역과 돈 씀씀이를 공개하면 된다. 미국에서 로비는 떳떳한 권리다. 외국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공공외교를 위해 예산을 쓰는 정부 조직의 중복 업무도 정리해야 한다. 국제교류재단, 국제협력단, 재외동포재단에서 지출되는 중구난방 지원금도 가지런해져야 한다. 괴테의 향기를 느끼도록 세계 각국의 중·고교 교사들을 독일로 초청하는 괴테인스티튜트처럼 `한국` 하면 딱 떠오르는 인상을 심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라. 중국도 공자학원이라는 단일 이름의 교육기관을 세계 각국에 세워 가동한 지 오래다.

미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학장 에드먼드 걸리언 박사가 공공외교라는 용어를 꺼낸 건 1965년이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 조지프 나이 박사가 소프트파워 개념을 제시한 것도 2004년이었다. 우리 외교부가 내세우는 공공외교 원년은 2010년이다. 늦었어도 제대로 하면 된다. 한국을 알리고, 한국에 우호적인 민간 분야 저변을 국외에 넓히는 공공외교는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만 쏟아붓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사후 관리가 더 필요하다. 긴 그림과 촘촘한 계획이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 USKI 같은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윤경호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