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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필의 인생낚시터] 미래, 입시를 묻다

  • 입력 : 2018.04.25 17:15:29   수정 :2018.04.25 19: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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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는 불투명한 측면이 있지만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교육계에는 여전히 기약 없이 `잔인한 4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서울 주요 대학에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국가교육회의에 공을 넘긴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서도 정시와 수시 비율을 적정화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에 교육계는 4월 내내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 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축소를 둘러싸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논쟁은 아마 10년만 지나도 헛수고임이 드러나리라. 나라의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4년 후 입시제도를 놓고 옥신각신할 게 아니라 20년, 30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근면 성실한 노동자 양성을 목표로 표준화한 지식을 주입하고 위계질서에 순응하는 몸을 기르려 했다. 그리고 입시제도와 일제고사, 내신 성적이란 틀에 초·중·고 교육을 맞추어 왔다. 그러다 보니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객관식 시험 성적을 가지고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웠다.

하지만 이런 근대적 교육 시스템은 20세기 말에 그 효용을 마감했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이나 기계장치가 인간 능력을 추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지금의 10대는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협업능력, 시민의식 등을 갖춘 새로운 인간형이 되지 않는다면 2030년대 이후 건강하게 살아가기 어렵다. 더욱이 불확실한 상황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고, 평생 지치지 않고 학습할 수 있으며,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갖추지 않는다면 각종 심리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런데 공정성이라는 명목하에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대다수 학부모는 수능이 자녀가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얻는 데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자녀가 막상 고2·3이 되면 중상류층 학부모는 공정성을 이야기하며 정시 확대를 주장한다. 어떻게 자녀의 성장을 도울까를 거시적 안목에서 고민하기보다는 재수를 해서라도 좋은 학벌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길을 원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논의도 결국은 중상류층의 이해관계를 정치인, 언론, 학자, 관료 등과 같은 빅 마우스들이 대변하는 게 아닐까 의문스럽다. 그런데 공정성만을 학생 선발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아마도 수능 중심 체제로 회귀한다면 지금보다 교육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아이들은 미래를 살아갈 힘도 키우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절차의 공정함이 교육적 의미와 성과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제 평가가 교육에 봉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도 미래는 가 봐야 아는 것이고 당면한 현안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앞에서 제시한 관점에서 당면 현안을 판단하자면 우선 학종의 미흡한 점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입시 현장에서 `뻘짓`하는 사례를 걸러내 학종이 제대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그리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 자격 고사화하고, 교사가 소신껏 평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을 깨닫고,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아가 교원 임용 방식도 바꿔야 한다. 기존처럼 모범생만을 선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에 대한 열정과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교대와 사범대의 입시 방식도 그에 맞추어 더 과감한 전형을 시도하고, 이를 대학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4월의 산은 아이들과 같다. 처음 돋아나는 새싹들은 제각각이다. 온 산이 연둣빛 잔치지만 연둣빛이 그리 다양할 수가 없다. 그런데 5월이 되면 산은 온통 한 가지 초록빛으로 물든다. 아이들이 4월의 산처럼 각기 자신의 색으로 살아가도록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을까.

[정광필 50+인생학교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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