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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아름다운 아파트로 도시를 바꿉시다

  • 입력 : 2018.01.11 17:17:42   수정 :2018.01.12 16: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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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우리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좋든 싫든 아파트는 우리 시대의 대표 주택양식이 되었다. 전체 주택 중 아파트가 60%를 넘었고, 여기에 사는 가구도 전체 가구 수의 50%에 육박한다. 또한 아파트는 최고의 투자 대상이다.
우리 국민은 자산의 70%를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에 투자하는 데 비해 미국인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아파트의 가격 변화를 주간 단위로 정리해서 발표하는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렇게 특정 주택양식이 국민의 관심과 애환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우리 국민은 아파트의 편리성과 자산으로서 가치에 대체로 만족하는 것 같다. 그러나 외국을 여행해 본 사람 중 우리 아파트에 대해 다른 나라 주택양식보다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또한 지금의 아파트에 대한 우리 후손들의 평가는 아마도 지금 우리가 한옥에 대해 가지는 자랑스러움과는 거리가 멀 것 같다. 수많은 국민이 아파트에 불편 없이 사는데 무언가 미흡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수십 년간 지은 비슷한 아파트들이 도시를 삭막하게 하고 주변 경관을 저해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한국의 아파트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아파트공화국`의 저자 발레리 줄레조는 물론 우리나라에 공부하러 온 외국 공무원들도 평가가 후하지 않다. 좁은 국토이다 보니 한옥 등 모양 좋은 단독주택을 늘리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아파트의 편리성은 유지하되 미관을 강조하고 도시 경관과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나아지고는 있지만 국내에서 아름다운 외관과 조화로운 경관을 가진 아파트를 꼽기가 힘들다.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가 바르셀로나에 세운 `카사 밀라`나 큐브로 블록을 쌓은 것 같은 캐나다의 `해비탯 67`, 덴마크 바일레에 건설된 물결 모양 아파트 등 아름다운 아파트를 우리 도시에서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이를 가로막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업주의 수익성 위주 공사라고 본다. 판에 박은 아파트들이 사업주들에게는 오히려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평면 위주의 도시계획 심의, 구조와 외관의 다양화를 어렵게 하는 설계 기준 등이 획일적인 아파트를 양산하고 있다.

국민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사업주, 수요자 모두 같이 나서야만 한다. 특히 사업주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이들이 아름다운 아파트를 짓겠다고만 하면 디자인은 물론 자재의 품질도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익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민간 사업주들에게 이에 앞장서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공공부문을 통해 이러한 움직임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그 방안 중 하나로 지역별로 공공아파트의 일정 부분을 디자인 특화단지로 건설할 것을 제안한다.

디자인을 특화하려면 공사비용이 추가되므로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예산이나 부담금 등으로 재원을 확보해가면서 단지 설계나 용도 변화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하나의 방안으로서 아파트 저층 부위를 공공 커뮤니티 공간이나 수익 창출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허용할 수가 있다. 이는 1층에 가구를 배치하는 것보다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장점이 있으며, 아파트단지가 입주자들만의 닫힌 공간에서 벗어나 지역성을 반영하고 주변 지역과 소통하는 공공재로서 역할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방안들이 가능하도록 정부는 관련 법규 보완과 함께 건축 기준을 신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지자체도 아파트 사업승인을 위한 심의 단계에서 주변 경관과 조화되는 보기 좋은 아파트가 건설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렇게 공공부문이 선도하면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나가면 삭막했던 도시들이 다양한 아파트들과 주변 경관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도시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후손들이 자랑할 만한 주택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 세대 모두가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기를 기대해본다.

[한만희 서울시립대학교 국제도시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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