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사람과 법 이야기] 변호사시험 합격발표를 보며

  • 입력 : 2018.04.20 15:47:23   수정 :2018.04.20 16:18:3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25385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해마다 4월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시즌이다. 매년 높아지는 경쟁률 앞에서 합격자 발표를 앞둔 로스쿨 졸업생들이 갖는 긴장의 정도도 따라서 높아져 보인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부터 35년 전 사법시험 합격 소식을 기다렸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 기억이 여태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되새길 때마다 고시 합격을 기다리면서 초초해했던 시절의 무게가 만만치 않음을 깨닫게 된다.
폐지된 사법시험이든, 지금의 변호사시험이든 시험은 시험 아니던가. 그러나 이전 사법시험 시대와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현시점 사이에 시험 합격 이후의 풍속도는 꽤나 달라진 듯하다. 종전 사시 합격은 잔칫집 들뜬 분위기 속에서 축하 인사를 받는 축제 자리였다면, 지금 변시 합격은 불합격의 수모를 면했다고 하는 안도감이 더 부각되는 것 같아 보인다. 사시 합격은 고달픈 고시 인생을 끝내면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이루고자 한 궁극의 목표였다. 반면 변시 합격은 아직 미래를 알 수 없는 법률가 인생의 출발이라고 하는 극명한 인식 차이가 잠재해 있기도 하다.

기실 이런 차이는 사시를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한, 좀 짓궂은 의도에도 부합하는 결과다. 종전 사법시험 제도는 법률가들의 경쟁력과 관련된 비판을 받아왔었다. 젊은 나이에 이룬 고시 합격은 높은 진입장벽의 보호 속에서 더 이상의 경쟁 없이도 평생을 보장받는 것처럼 여겨진 때가 있었다. 일찍이 영감 대접을 받으면서 기득권을 한껏 누릴 수 있는 마당에 자기개발이나 제도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고생을 사서 할 이유는 없었을 터였다. 법률 전문가의 양성은 일회성 시험 합격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 교육을 통해 길러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선시대 과거 급제와 동일시하는 제도를 현대 사회에 유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과연 로스쿨 제도가 본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논란 중이다. 로스쿨 제도를 폐지하고 사법시험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곤 한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법조양성제도를 재검토하던 시점에서 볼 때 분명 사법시험은 중병을 앓고 있는 중이었다.

253857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일각에서는 로스쿨 제도를 현대판 `음서`라느니, 개천에서 `용` 나오는 기회를 없앴다느니 하는 등의 비판론이 제기되곤 한다. 이런 비판이 담고 있는 문제제기는 제도의 존재 이유를 잃게 하는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 입학, 취업의 기회에 재력, 권력, 사회 계층에 따른 차별이 있을 수밖에 없는 제도라면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는 용납되기 힘들 것이다. 로스쿨 제도 찬성론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경청해야 할 비판이다.

하지만 이 비판의 표현 중 `음서` `용`과 같은 말에는 주의해서 볼 대목이 있다. 현대 한국 사회가 법률 전문가에게 요구하고 있는 역량 정도에 비추어 볼 때 사시든, 변시든, 음서든 간에 시험 하나 합격한 것만으로 `용`이 됐다고 자부하기에는 좀 이른 듯하다. 종전 제도로 돌아가 보더라도 `용`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 출신이 개천이든 어디든 간에 말이다.

전문가가 전문가답게 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요건들이 있다. 전문가로서의 고도의 직업윤리, 해당 전문 분야에 대한 자질과 역량의 구비, 전문직업인으로서 수행하는 직무에 대한 헌신 등이 그것이다.
다른 전문 분야의 발전 속도에 비해 법률 전문영역이 뒤처져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면, 이런 요건에 견주어 돌아볼 거리들이 꽤 있는 듯하다. 고시학원과 같은 곳에서 단기 숙성으로 시험기술자를 양성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 대신 교육기관, 실무기관은 저마다 주어진 본분에 따라 제대로 된 후배 전문가 양성에 매진해야 하겠다.

새내기 변호사들이 배출되는 이 시점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은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라고 느껴지는 것도 대한민국 변화의 한 양상이라고 보면 좋겠다.

[김상준 변호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사회 초년생 1억 만들기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