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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충무로에서] 삼성의 주주가 된다는 것

  • 한예경 
  • 입력 : 2018.04.16 17:04:55   수정 :2018.04.16 17: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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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이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식으로 잘못 입력하면서 시작된 `삼성증권 오배당 사태`는 이 회사 시스템의 한계와 임직원의 도덕적 후진성을 보여준 부끄러운 일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일개 증권사 시스템에서 발행됐고, 일부 직원들은 회사 측의 `매도 금지` 경고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팔아치웠다. 삼성증권은 물론이고 증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치명타를 입었다.

그러나 삼성증권이 지난주 내놓은 보상안을 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우리나라 증시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삼성증권이 주주에 대한 책임보다는 권력층의 `의중`이나 삼성 브랜드 지키기를 더 중시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사고 당일 이 회사 주식을 매도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장중 최고가로 보상하겠다고 했다. 기관투자가들과는 개별 보상을 협의 중이다. 이번 일로 국민연금·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이 일제히 삼성증권과 거래를 중단한 것을 감안하면 영업 손실도 상당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보상 비용을 해당 직원에게 배상하라는 소송을 내겠다고 했지만 당장은 어쩔 도리가 없다. 회삿돈으로 메워줘야 한다. 결국 이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는 주식을 매도하지 않은 기존 주주들이다. 삼성증권의 본질 가치는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믿고 저가에 주식을 사들인 신규 주주도 마찬가지다. 경영진이 회삿돈을 들여 주식을 팔고 나간 과거 주주한테 보상을 해준다는 건 현재 주주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배임에 가깝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재 주주들이 추가 영업 손실까지 떠안아야 한다면 손해는 이중이다. 일부 직원의 일탈에 따른 죗값을 현 주주들이 치러야 하는 셈이다.

삼성증권 경영진도 이런 위법적 요소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심정적으로는 어떻게든 보상하고 싶어도 법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미적지근했던 삼성증권도 지난 9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중대한 사태"라며 다그치자 갑작스레 보상안을 내놓고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감독당국 심기까지 건드렸다가는 수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계산이 작용했을 터다. 이번 사태와 관계없는 공매도 폐지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하고, 때마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 벌금까지 부과되자 외신에서는 `삼성이 이번엔 팻 핑거(주문 실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이번 일이 어떻게든 삼성 브랜드 전체에 대한 타격으로 번지는 것만은 막아야 했을 것이다.

권력과의 관계에 무심할 수만은 없는 것이 한국적 경영 현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현실과 타협하고 감독당국의 외풍에 휘둘리면서 세계 초일류 기업을 꿈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증권사가 그런 도덕성과 경영 마인드로는 기업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 뒤집어보면 삼성의 주주가 된다는 것은 이런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경영진보다 주주에게 더욱 씁쓸하기만 하다.

[한예경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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