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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24시

[기자24시] 갑질에 불문율은 없다

  • 김희래 
  • 입력 : 2018.04.15 17:25:27   수정 :2018.04.15 20: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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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광고업계 불문율입니다. 확인해드릴 수 없습니다."

지난 12일 한진그룹의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 뿌리기 갑질`을 취재할 당시 피해자가 소속된 A광고대행사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광고주와 관련된 정보는 일절 발설하지 않는 것이 광고업계의 불문율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매일경제가 조 전무의 갑질을 단독 보도한 직후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광고인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 전무의 과거 갑질 사례를 제보하는 글들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이른바 `조현민 만행 리스트`라는 사례 모음이 떠돌아다닐 정도였다. 물론 여기에는 A광고대행사 구성원이 올린 글도 다수 포함됐다. 광고주의 권익을 최우선에 놓는 광고업계 불문율이 깨진 셈이다.

이번 사건은 `오너가(家)의 갑질은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는 우리 사회 전반의 불문율에도 작은 물음표를 던졌다.실제로 대한항공 직원들은 조 전무의 `물 뿌리기` 논란이 불거진 이후 사내 익명 게시판을 통해 폭언·인사 전횡 등 조 전무의 과거 갑질 사례를 취합하는가 하면, 갑질의 재발 방지 및 근절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을 독려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대한항공 본사에서 녹음된 것으로 보이는 조 전무의 폭언 녹취가 지난 주말 세간에 공개된 것 역시 이 같은 움직임이 반영된 사례다.

오너가 자제들의 행실은 무조건 묵인하고 보는 관행은 그들의 부도덕한 행실에 면죄부를 줘 매년 악순환을 반복하는 결과를 낳았다. 부당하게 인권을 침해받고도 부하 직원이라는 이유로 침묵한다면 몰지각한 일부 재벌 2~3세들의 갑질은 영원히 반복될 수밖에 없다. 조 전무에 대해 대한항공 내부와 광고업계 등에서 터져나온 성난 목소리가 의미를 갖는 이유다.

조 전무는 이번주 초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15일 새벽 급거 귀국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물을 뿌린 게 아니라 밀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전히 무엇이 잘못인지 제대로 모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갑질 논란을 계기로 `제2, 제3의 조현민`이 자라나지 못할 사회적 토양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이제 그들을 위한 불문율은 없다.

[사회부 = 김희래 기자 ray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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