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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미래] 중산층 시대의 종언

  • 입력 : 2018.04.13 15:48:33   수정 :2018.04.13 16: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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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아끼고 노동을 더하는 `축적`을 통해 누구나 계층 이동의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다는 `중산층 신화`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면서 아낀 돈을 은행에 맡겨도 재산이 늘지 않는다.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금리 때문에 은행에 돈을 오래 맡길수록 돈의 실질가치가 줄어드는 시대다. 예금이나 적금 자체가 돈을 잃는 투자가 됐는데, 저축은 거의 무의미하다.
청년들에게는 취직해서 실업 상태를 벗어나는 것도 탐탁지 않다. 야근과 특근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큰 잘못이 없는 한 정년까지 일하고, 그에 따라 생활이 나아지는 시절은 지나갔다. 연공서열과 직급 호봉으로 운영되는 이런 종류의 직장은 이제는 모두 `신의 직장`이라고 불린다.

`1%대 99%의 세상`만은 아니다. 죽도록 일하고 아껴 쓰고 저축해도 사다리 다음 칸으로 도무지 올라설 수 없는 직장 간 문턱이 존재한다. 국세청의 `2016년 귀속연도 근로소득 백분위`에 따르면 상위 1%의 급여소득은 2억4597만원, 상위 10%는 1억2148만원이다. 중산층으로 자부할 만한 상위 30%는 절반 수준인 6544만원으로, 하류층에 해당하는 70%가 되면 2434만원으로 소득이 급속히 줄어든다.

소득 격차 자체보다는 `노력하면 모두 중산층`이라는 꿈이 사라진 게 더 문제다. 아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해도 집을 사고 차도 사면서 사다리를 조금씩 올라 중산층이 될 기회가 생겼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출발점이 다를 경우 상위소득 구간에 오르는 게 너무나 어렵다.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하면 정규직으로 `저절로` 옮겨가는 것은 기적이다. 무기계약직이 고작으로, 최저임금 주변을 전전할 가망이 높다. 하도급업체나 파견업체, 소기업에 직장을 잡으면 다수는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중산층 소득인 6544만원에 거의 이르지 못한다. 전체 근로소득을 차례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소득인 중위소득이 2424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청년들이 돈을 준다 해도 당장의 취업보다 `공시생`을 택하고 전문직 자격증에 목매는 이유다.
또한 직장에 들어갔더라도 미래에 내기를 걸면서 현재를 희생하지 않고 `일과 삶의 균형`을 고민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이유다. 일 자체는 삶의 안전판이요 행복의 보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에 돈으로 취업을 사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고 청년의 실질적 호응을 얻기도 힘들다. 차라리 청년들이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창업 등을 독려하고 실패를 사들이는 식으로 도전을 활성화하는 쪽이 `소확행` 시대에 맞는 정책이 아닐까 싶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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