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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노조의 존재이유

  • 김인수 
  • 입력 : 2018.04.12 17:14:18   수정 :2018.04.12 17: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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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GM 노조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지난 5일 사장실을 점거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적자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한 회사 노조원들이 사무실 집기를 내던지는 장면을 보면서 `저 노조는 자기 존재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노조에 우호적인 연구자들은 노조가 개별 기업과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혁신을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활성화된 기업은 고용 안정성이 높다. 덕분에 직원들은 해고될 위험이 낮다. 그렇기에 실패를 덜 두려워하게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고 덕분에 혁신이 촉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회 전체로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기능이 있다. 취약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임금을 올릴 수 있다. 그 효과는 자식에게까지 미친다. 리처드 프리먼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노조 가입률이 높은 지역에서 태어난 저소득층 아이들은 향후 더 높은 계층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았다.

이 같은 주장을 토대로 할 때 혁신과 생산성 증대, 불평등 완화야말로 노조가 존재해야 할 핵심 이유다. 이를 `방해`하고 단지 개별 기업 노조원의 `밥그릇 지키기`만 추구한다면 노조를 지금처럼 헌법적 가치로 보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노조의 주류인 대기업 노조는 어떤가? 그들은 혁신에 도움이 되고 있나? 노조원들은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까? 한국GM 노조의 행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당장의 성과급에 연연해 폭력을 행사할 만큼 눈앞의 이익에 집착했다.

한국 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 노조 역시 눈앞의 `단기이익`에 몰두해 있다. 연례행사가 돼버린 파업이 그 증거다.

이 같은 노조의 단기주의는 `낮은 생산성`이 근본 원인이다. 현대차 공장의 편성 효율은 57.8%에 불과하다. 58명이면 할 수 있는 일에 100명이 투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은 92.1%에 이른다.

생산성이 낮은데 평균 1억원에 가까운 고임금을 준다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현대차에 불황이 오면 곧장 임금 삭감 얘기가 나올 것이다. 생산성 낮은 고임금 근로자의 구조조정을 주저할 회사는 없다. 노조도 이 같은 사실을 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이익 극대화의 전략을 쓴다. 임금 협상 때마다 `받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받자`는 전술을 쓴다. 회사의 장기 성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는 고민은 뒤로 밀린다.

현대차 노조는 `근로자의 숙련 향상`마저 반대했다고 한다. 박태주 전 현대차 노사자문위원회 대표가 쓴 책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노조는 숙련에 따른 보상의 차별화가 내부 분열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숙련 형성을 반대했다. 생산직 노동자들 역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회피한다. 교육을 받더라도 승진·급여상 인센티브가 없고, 일만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에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어쩌면 노조가 혁신에 방해가 되는 게 더 일반적인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대니얼 브래들리 사우스플로리다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노조가 결성된 회사에서는 3년 동안 특허 건수가 8.7%, 특허 1개당 평균 인용 횟수는 12.5% 감소했다. 그 이유에 대해 브래들리 교수는 노조가 고용주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충성도 높은 직원은 당장의 협상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아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노조는 이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 결과 충성도가 낮아진 직원들은 기업의 장기 이익에 관심을 덜 갖게 되고, 혁신에도 덜 헌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노조는 불평등 완화에도 역행하고 있다. 이는 노조가 고임금·정규직·대기업 근로자를 위한 조직으로 성격이 변화한 탓이 크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고임금 근로자의 고용 안전을 위한 완충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제 노조는 어떻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정당화할 것인가? 밥그릇 지키기가 존재 이유인지 묻고 싶다.

[김인수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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