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세상읽기] "정권은 유한하고 조국은 영원하다"

  • 입력 : 2018.01.10 17:37:57   수정 :2018.01.11 18:34:1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2241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 2009년 12월 19일 기내에서였다. 필자가 실무를 맡았던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로부터 기내 집무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마치고 나온 그는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면서 의전팀에 연내 아부다비 방문 일정을 긴급히 잡도록 지시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2월 26일 그는 모하메드 왕세제와 만난 최종 담판 자리에서 400억달러 규모의 원전 수주를 확정했다.
다음날인 27일 왕세제는 부친인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하얀 초대 UAE 대통령이 묻힌 그랜드모스크에 그를 초청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신의 뜻인 모양입니다." 불과 얼마 전 유명환 당시 외교장관이 청와대에 "원전은 사실상 프랑스로 넘어갔다는 왕실의 통보를 받았는데 불가능한 일을 더 이상 계속하면 망신을 살 뿐"이라는 보고를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집요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꺼내든 카드는 `100년의 우정`이었다. 현대건설 회장 시절 중동 시장을 공략했던 그는 이른바 `먹튀`를 일삼는 서방에 대한 중동의 불신 심리를 알고 있었다. 공습을 받아도 끝까지 건설 현장을 지키며 공기를 마무리했던 한국 근로자들에 대해 중동 수뇌부가 깊은 인상을 갖고 있었던 점을 파고든 것이다. 아부다비 왕실은 UAE에 루브르 박물관을 지어주겠다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특별 선물까지 걷어차고 100년 이상 지속될 `파트너십`을 약속한 한국을 믿기로 했다.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9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UAE와 한국은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 가톨릭식 결혼을 했다"고 말한 배경이다.

사실 한국이 선진국을 제치고 UAE 역대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를 가져간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쇼크였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초반에 `뭔가 이상한 게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뒷조사를 했다는 건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 뒤이어 UAE 원전 운영권을 따냈다며 자신의 치적으로 삼은 건 양국이 맺은 신뢰의 깊이와 협력의 규모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문재인정부 초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결혼했으니 뜨겁게 사랑하자"며 봉합에 나섰다. 모하메드 왕세제의 초청을 수락해 이른 시일 내에 아부다비를 방문하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군사 분야를 포함해 양국 관계의 포괄적 협력은 노무현정부에서부터 본격화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계승 발전시킬 위치에 서게 된다. 요점은 정권은 바뀌어도 국익 추구의 국정은 계속된다는 데 있다.

# "평창동계올림픽이 유치되면 한반도 평화 촉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투표를 하루 앞두고 외신기자들 앞에서 올림픽 유치의 중요한 목적은 남북 관계 개선에 있다고 밝혔다. 이전 정부에서 두 번 실패한 동계올림픽 유치에 세 번째로 나선다는 것은 부담이 큰 일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 전인 2007년 과테말라로 날아가 현지에서 직접 유치 경쟁을 벌였으나 러시아 소치에 석패하고 말았다. 올림픽 유치의 목적은 남북 관계의 개선이었기에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남북한·러시아 삼각 협력 증진을 요청했다.

하지만 유치 실패에 따른 국내 반응은 차가웠고 지지율도 떨어졌다.

이런 리스크를 아는 청와대 참모 대부분은 이 전 대통령이 독일과 프랑스를 상대로 성공 확률이 낮은 동계올림픽 유치에 직접 나서는 걸 만류했다. 그는 그러나 더반행을 택했고 최종 연설에서 "동계올림픽 유치는 대한민국 정부 10년 동안 최우선과제"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6년 반이 흐른 지금 북한은 문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참여 요청을 결국 받아들였다. 문 대통령은 10일 영빈관 기자회견에서 "앞서갈 단계는 아니지만 첫걸음, 출발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의 목표는 비핵화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여야를 아우르는 답변이었다.
요컨대 정권은 바뀌어도 대통령의 국정은 국익을 중심으로 수렴하게 마련이며 또 그래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직에 부여된 헌법적 책무이며 국민적 요청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하면서 "정권은 유한하지만, 조국은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이 말이 임기 말까지 유효하다면 그는 대한민국의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사회 초년생 1억 만들기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