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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2018년 봄과 10년 뒤 한반도

  • 김선걸 
  • 입력 : 2018.04.08 17:33:41   수정 :2018.04.08 21: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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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맞이한 오늘은 한참 전 과거에 결정지어진 것이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표현대로 `감동의 연속`이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 부부를 사저로 초청해 부인을 동석하고 딸들에게 차 심부름을 시켰다. 아랍에서 자택 초청은 극진한 환대를 뜻한다.
왕세제는 바라카원전 완공식에서 문 대통령을 태우고 직접 운전을 하는 파격 의전도 보여줬다. 두 정상은 서로 `형제`라 불렀다. 이런 장면은 9년 전인 2009년과 오버랩된다. 당시 이명박(MB) 대통령은 사실상 프랑스로 기울어졌던 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모하메드 왕세제와 직접 접촉해 역전극을 이뤄냈다. 청와대 참모들도 `이미 끝난 게임`이라며 말렸지만, MB는 6차례 전화를 걸고 UAE가 절실하던 국방협력 카드를 내놓으며 파고들었다. 결국 대한민국이 원전을 최종 수주할 때 결정권자가 바로 당시 UAE 대통령의 `실세 동생`이었던 모하메드 왕세제다.

총 47조원의 원전 수주는 규모도 놀랍지만, 한국이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처음으로 원전 수출국이 되는 의미가 있었다. 한창 원전 수주 역전극이 벌어질 때 필자는 두바이발 금융쇼크 취재차 UAE 현장에 있었다. 현지인들로부터 수주전이 뒤집힐 수 있다는 분위기를 전해 듣고 설마 했다가 나중에 놀랐던 기억이 또렷하다.

두 정상은 당시 `100년 우정`이란 표현을 썼다. 최근 UAE와 비밀협정 논란이 한때 문제가 될 뻔했지만 17대 대통령이 만든 `우정`을 19대 대통령이 잘 이어간 셈이다.

지난해 12월 한중정상회담은 반대 사례다. 문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노골적인 홀대를 받았다. 최근 김정은이 중국에서 받은 환대에 비하면 모욕감이 들 정도다. 현 정부 외교역량 부족을 탓하는 시각도 있지만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취임 7개월밖에 안 된 대통령이었다. 전 정부가 수년간 미루다 현 정부 들어 배치한 사드 역풍을 뒤집어쓰고 방중했었다. 모욕을 감수하면서도 국익을 위해 악전고투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저 그런 환경을 물려받았을 뿐이다.

이젠 문 대통령 차례다. 정말 10년 후 미래를 좌우할 결단의 순간이 다가온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한·중·일-한미-미·북-한·미·북 정상 간 만남이 줄줄이 펼쳐질 전망이다.

거대한 분수령이다. 5월로 예정된 미·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당장 핵을 제거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초강수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그 전에 북한을 설득할 마지막 기회다.

남북회담에서 북측이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어온다거나 부부 동반 회담을 할 것이라는 등의 얘기들이 나온다. 극적인 것도 좋지만 이런 걸 논의할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예전 남북정상회담과는 달리 이번엔 `북한 비핵화`라는 시급하고 절박한 미션이 있고, 실패할 경우 비관적인 시나리오로 돌변할 위험이 있다.

답은 하나뿐이다. 문 대통령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북한이 즉시 비핵화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에 끌려다니는 시나리오를 걱정한다. `단계적 비핵화`라는 등의 북한의 주장에 끌려갈 경우, 기회를 놓치고 미국에 군사옵션 명분을 주는 비극을 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측 메시지는 단순명료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빛 샐 틈 없는` 공조와 즉각적인 비핵화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사족일 뿐이다.

트럼프는 북한 폭격을 주장하는 존 볼턴을 NSC 보좌관으로, 강경파 마이크 폼페이오를 국무장관에 앉혔다. 이들은 성공적으로 북한을 폭격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들이다. 최근 미국에선 `정밀타격(surgical strike)` 못지않게 `완전파괴(total destruction)`라는 말도 거론된다고 한다. 이는 트럼프가 지난해 9월 유엔 연설에서 내놨던 말이다. 북한을 진정 위한다면 설득해야 한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 결국 피해 보는 건 남북 국민뿐이다.

10년 전 MB는 참모들도 포기한 원전 수주에 매달려 UAE와 `100년 우정`을 만들어냈다.
후손들이 그 덕을 보고 있다. 문 대통령도 북한 비핵화를 절대 양보하지 않길 바란다. 그러면 10년 뒤 핵을 없앤 위대한 리더로 칭송받을 것이다. 반복되는 `전직 대통령의 불운`을 극복하고 그 환한 미소가 그때도 국민에게 사랑받길 바란다.

[김선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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