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문화 인&아웃] 특권의식과 선진문화

  • 입력 : 2018.04.06 15:59:57   수정 :2018.04.06 16:02:12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221476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얼마 전 국회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울산공항 보안검색 담당 직원이 모 당 대표를 보안검색 없이 통과시킨 혐의로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자 한 국회의원이 자당 대표 낯이 뭐가 되느냐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항의하고 퇴장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도배질 된 관련 기사들을 확인하고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법과 규정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라면 자당 대표를 방어할 것이 아니라 그의 옳지 않은 행위를 지적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였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담당 직원과 감독관청에 오히려 규정을 준수하라고 주문했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사회지도층, 특히 국회의원의 전형적인 갑질이요, 고질적인 특권의식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 나라가 선진국이 되느냐 여부는 국민의 문화 수준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문화 수준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서양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하며 지도층에 합당한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을 보면 요즘의 미세먼지만큼이나 뿌옇고 답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이런저런 혐의로 구속돼 있는 비극의 시대를 살고 있다. 어쩌다가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됐을까. 문화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쌓이는 것이라서 당장 선진 문화국가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본원적인 처방이야 시간을 두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되겠지만 급한 대로 몇 가지만이라도 고쳐졌으면 좋겠다.

우선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과분한 특권 조항들을 찾아 제도적으로 정비했으면 좋겠다. 국회만 해도 국민을 대표해서 힘든 머슴살이를 하라고 만들어준 곳인데 어느새 주인인 국민은 언감생심 흉내도 못 낼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입법부라는 권세를 이용해 자기들 배를 불리는 일에 앞장서왔다. 이제라도 과도한 특권 조항들을 낱낱이 찾아 없애고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국회의원이나 국회의 이익과 직접 관련된 우대 규정을 하나라도 만들 때는 장시간의 국민예고 기간 부과와 행정부와의 협의 의무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조치들이 국회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추진돼야 함은 당연하다. 좋은 세상은 사회지도층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우대 정책이 많은 나라라고 믿는다.

221476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제도 못지않게 의식과 행태 변화 또한 중요하고 긴급하다. 먼저 사회지도층 인사들부터라도 제발 염치를 알고 이를 지켰으면 좋겠다. 이미 오래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재상이었던 관중은 국가 도덕의 근본인 예의염치가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염치의 근본정신은 지금도 유효하지 않을까. 또 우리 사회가 서로를 배려하고 섬기는 모습들이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다른 사람보다 나은 특별대우를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일찍이 예수는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제부터라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특권의식을 버리고 종의 자세로 다른 사람을 섬기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섰으면 좋겠다. 우리도 경제만이 아니라 문화가 앞선 진정한 의미의 선진 국민이 되고 싶지 않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은 문화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에 벌써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며 문화국가를 소원했다. 사회지도층은 물론 국민 모두가 염치를 알고 서로를 섬기는 문화가 체화된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