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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개성공단 中企인의 눈물

  • 전병득 
  • 입력 : 2018.04.05 17:16:44   수정 :2018.04.05 17: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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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평양 공연이 끝났다. 텅 빈 개성공단에도 봄이 올까. 개성공단 입주 중소기업인들은 이번에야말로 `희망고문`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달 방북 신청을 했지만 또 반려됐다. 허탈하게 돌아선 것이 다섯 번째다.
이제는 더 이상 방북 신청을 하지 않고 27일 남북정상회담과 5월 미·북회담 결과를 초조히 기다리기로 했다. 공단 입주 기업은 모두 124곳이다. 2016년 2월 10일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오후 5시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다음날까지 개성공단에서 짐을 싸고 나오라는 것이다. 자재와 제품을 챙겨 갖고 나올 며칠만 더 달라는 요구도 허사였다. 통행도 1사 1인 1차량으로 제한됐다. 원부자재, 기재장비, 완제품 모두 두고 몸만 빠져나왔다. "개성공단 임금이 핵 자금으로 전용됐다"는 정부의 폐쇄 이유는 그들의 마음에 한번 더 못질을 했다. 2003년 6월 첫 삽을 뜬 개성공단은 한때 북한 근로자 5만명이 일했고 2015년에는 생산액이 5억달러를 넘었다. 저렴한 임금, 언어 동질성, 육로 수송은 노동집약적 중소기업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그래서 공단 입주 기업 중 70여 곳이 봉제·섬유 업체였다. 이 중 대부분은 아예 개성공단에 올인했다. 이들은 하루아침에 공장과 전 재산을 잃었다. 협력업체 6000여 곳까지 합치면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전체 추정 손실은 1조5000억원이다.

2년 전 그날 TV에서 입주 기업인들의 허망한 눈물을 보고 20년 전 취재했던 정주영 현대 회장의 소떼 방북이 떠올랐다. 1998년 6월 서산 농장에서 키운 통일소 500마리가 트럭 50대에 실려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아버지가 소를 판 돈 70원을 가지고 집을 나온 17세 소년. 쌀집 배달원부터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가가 됐고 여든이 넘어 빚을 갚겠다며 소떼를 끌고 분단의 벽을 넘는 이 영화 같은 장면은 CNN도 생중계했다. 정 회장은 어느 남북 지도자도 해내지 못한 남북경협 시대를 열었다. 두 차례에 걸친 1001마리 소떼 방북의 결실이 금강산 관광이고 개성공단이다. 북한 리스크를 뛰어넘은 정 회장과 개성공단 중소기업인들은 일론 머스크의 화성 프로젝트와도 견줄 위대한 기업가정신을 보여줬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는 그들의 도전과 20년간 지속됐던 남북경협 시대를 허망하게 돌려놓았다.

입주 기업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공단 재개를 의제로 삼아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유엔 제재가 풀리고 미국의 승인 없이는 재개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적적으로 공단이 재개된다면 수많은 중소기업에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가 열린다.

2013년 국정원이 어처구니없이 공개한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녹취록을 보면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이 적시돼 있다. 첫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에 앞서 해주를 공단용지로 제안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해주특구에 경쟁력을 잃어가는 조선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고자 했다는 사실이다. 개성공단의 첫 단추가 풀리면 인천-개성-해주로 연결되는 `황금의 평화 삼각지대`에 조선 산업 부활을 위한 거대한 특구가 조성될 수 있다.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이번에는 결코 문 닫는 일이 없도록 이중 삼중 자물쇠를 채워야 한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북경협을 미·중·러·일이 동참해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설계해야 평화와 번영의 길이 한꺼번에 열린다"고 지적한다. 유럽 통합의 시발점이 됐던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가 그랬던 것처럼 `전쟁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국제 특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에 미국 기업을 유치하면 미국은 북한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개성공단은 중소기업인들의 위대한 기업가정신이 모여 작은 통일을 이룬 곳이다. 공단이 닫히면 중소기업 성장의 기회도 사라지고 평화와 안보 모두 닫힌다. 그래서 우리는 개성공단에 다시 봄이 오길 간절히 기대하는 것이다.

[전병득 중소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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