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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미국 주먹이 중국을 겨냥할 때

  • 최경선 
  • 입력 : 2018.04.04 17:08:23   수정 :2018.04.04 17: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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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1773년 보스턴 앞바다에 중국 차(茶)를 내동댕이쳤다. 이 사건은 미국 독립의 기폭제이기도 했고 청나라를 `황제 나라`에서 `보통 국가`로 끌어내리는 전쟁의 서막이기도 했다.

중국 차 독점무역이 막히자 영국 동인도회사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편이다.
중국은 저항했고 아편을 빼앗아 미국처럼 바닷물에 처넣기도 했지만 결론은 청나라의 몰락이었다.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청나라는 1842년 영국 함대 갑판에서 서양 국가와 첫 조약을 체결했다. 난징조약이다. 홍콩을 영국에 할양한 이 조약에 이색 조항이 하나 있다. `동등한 지위의 양국은 이제 동등한 형식으로 문서를 교환한다`는 내용이다. 청나라는 그때까지 세상에 하나뿐인 황제의 나라라고 거들먹거리고 있었다. 영국 사절이든 프랑스 사절이든 황제를 만나려면 머리를 아홉 번 바닥에 조아리면서 절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오만한 태도에 불만을 표하던 영국이 전쟁에서 승리하자 `청나라도 보통 나라`라고 난징조약에 명시한 것이다.

미국이 중국 무역제품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3일에는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에 관세를 25%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업 로봇, 통신 장비, 전기차, 반도체 등 중국이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키려는 분야를 집중 겨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특한 협상 스타일이 무역전쟁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중국 같은 나라가 세계 경제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중국 경제를 고립시키려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타결시키며 했던 말이다. "중국을 내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주먹질을 하는 방법만 다를 뿐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62% 수준이다.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로 올라선 뒤 그 정도까지 경제를 키웠던 나라는 소련, 일본 정도다. 엄청난 무역흑자로 기세등등하던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로 꼬리를 내렸고 이념·군비 경쟁으로 맞서던 소련도 1991년 붕괴됐다. 소련, 일본, 중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이 이 정도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미국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설 때가 됐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의 저항은 예상된 일이다. 일본처럼 군사 방어를 미국에 의존하는 것도 아니고 소련처럼 공산주의 모순에 빠져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독특한 경제체제를 구축했다고 자랑하더니 최근에는 `시진핑 황제` 체제까지 구축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오래도록 그리고 격렬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게 하는 구조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관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우리는 소련이 붕괴될 때 북방정책으로 정치·경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일본이 엔고 현상으로 흔들릴 때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았다. 이제 미국과 중국이 과거와는 다른 규모와 형태로 무역전쟁에 불을 뿜고 있지만 이대로 싸움을 확대하면 공멸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언젠가는 타협점을 찾아야 할 싸움이다. 다행스러운 대목은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고 있는 사안들이 우리가 중국에 요구해온 사항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국제무역질서를 지키라는 요구다. 사드 보복과 같은 황당한 횡포를 부리지 말라는 요구다. 중국이 황제 나라가 된 것처럼 횡포를 부릴 때 우리 정부는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오만한 중국이 계속 몸집만 키워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악몽 중에 악몽이다. 미국이 이번 경제전쟁에서 중국을 정상적인 시장경제 국가로 전환시킨다면 반가운 일이다.
그것을 제도화시키면 더 좋은 일이다.

문제는 미국의 철강 관세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것처럼 미국의 주먹을 우리가 얼마만큼 피해갈 수 있느냐다. 우리 경제는 중국과 뼈와 살처럼 밀착돼 있고 그 구조마저 비슷하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등 지금이라도 중국과 차별화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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