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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통신] '12년 근속' 김인환 농촌진흥청장 성공스토리

  • 입력 : 2018.04.02 17:17:02   수정 :2018.04.09 10: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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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장관이나 행정기관의 장이 2~3년 이상 근무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공공기관의 장도 연임이 어렵고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잦은 교체에 따라 장기적 비전과 책임감을 갖고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인 셈입니다. 더욱이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그 자리에 부적합한 사람을 임명하는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것은 재앙입니다. 이런 인사 행태는 국가 발전에 지장을 주고 때로는 인사를 조롱거리로 만들어 국민을 낙담시키고 나아가 사회 통합을 저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관료 역사에도 특기할 만한 장기 근속 성공 사례가 있습니다. 1968년부터 1980년까지 12년 동안이나 차관급인 농촌진흥청장을 지낸 김인환 박사입니다. 그분은 육종학자로서 경북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1958년 농촌진흥청의 전신인 농사원 연구기획과장으로 임명된 이후 농촌진흥청 시험국장, 농림부 차관보 등을 거쳐 1968년 농촌진흥청장에 부임하였습니다. 당시는 식량 자급, 특히 쌀의 자급이 농정의 최대 목표인 때였습니다. 김 청장은 종래의 난지형 벼 품종으로는 증산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필리핀에 있는 국제미작연구소(IRRI)에 연구원을 파견하여 난지형 벼 품종과 아열대형 벼 품종을 교배한 `IR 667`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러나 그 품종에도 냉해에 약하다, 밥맛이 떨어진다, 낟알이 쉽게 떨어진다, 키가 작아 볏짚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비료 사용량이 증가한다는 등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개발 중단의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 청장은 냉해 극복을 위한 보온묘판비닐을 만들어 이앙시기를 앞당기는 아이디어 등 문제 해결책을 직접 제시하며 결점을 보완시켜 나간 끝에 성공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리하여 1976년에 쌀 4000만석 생산을 달성하였습니다. 이른바 `통일벼` 개발 성공스토리입니다.

광복 후 우리 정부의 업적 중 가장 뛰어난 것 중의 하나입니다. 대통령은 최적임자를 임명하여 그를 믿고 계속 유임시키고, 청장은 장관 승진 소망이나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졌을 법하지만 장관이 7명이나 바뀌는 가운데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마침내 대업을 완수한 것입니다. 김 청장은 일반 행정은 차장에게 맡기고 본인은 농업정책 주요 이슈에 관하여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아랫사람을 불러 조심스레 의견을 내놓거나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업무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실무책임자들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뜻밖에 영감을 얻거나 자극을 받아 성과를 도출하였습니다. 창밖의 나무들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 그분 업무의 상당 부분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농업전문가로 평생을 봉직하며 김 청장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지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입니다. 그 직책에 적합한 최고의 인재를 임명하여 끝까지 믿고 맡긴 대통령의 영도력과 이에 부응하여 최선을 다해 성과를 이루어 국리민복에 기여한 한 공직자의 감동 스토리입니다.

물론 장기 재직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직책의 성격에 따라 그 필요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장기 계획에 따른 안정적 관리와 성과 도출이 필요한 자리는 그 필요성이 더욱 클 것입니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때로는 사기업과 경쟁하며 이윤 추구도 하지만 아울러 공공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여야 하고 또 세계와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연임이 어렵고 심지어 불합리한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되었습니다. 연임이 사실상 어려운 현실에서 전 정권에서 임명한 인사를 전문성이나 한국은행의 중립성 등을 고려하여 연임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바람직한 일입니다. 정치권과의 연고를 떠나 가장 전문성 있는 적재적소의 인사가 장기 비전과 책임감을 갖고 장기 재직하며 일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 때 나라는 발전하고 국민통합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한 인사를 하는 데는 예산도 시간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애국심만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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