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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법 이야기] 국민이 주인되는 재판

  • 입력 : 2018.03.23 15:49:58   수정 :2018.03.23 16: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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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여러 사회단체에서는 이미 헌법 개정 초안을 내놓은 바 있다. 청와대는 지난 22일 헌법 개정안 전문(全文)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 개정안에는 재판제도와 관련하여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주목해 볼거리가 있다.
배심제와 같은 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헌법에 마련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엘리트 직업 법관의 시각에만 의존한 재판은 때론 국민 일반의 법감정을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다고 비판받아 왔다. 재판이 기득권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우호적이고 편파적이라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이제 재판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재판이 보다 더 투명하게 열려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기본 인권으로 인정하는 일. 이것은 앞으로 재판제도의 본질에 대한 시각을 크게 변혁시키는 신호탄으로 보아도 좋다. 그래서 재판을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자신과 같은 눈높이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든든하게 갖는 것은 긴요한 일이 됐다.

현행 헌법을 포함해 기왕의 헌법들은 신분보장을 받는, 독립된 `법관`이 재판을 할 때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음을 천명해 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치권력에 의한 재판 전횡의 폐해가 늘 문제가 됐다. 권력 남용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지배 권력의 욕망에 구애되지 않고 소신 있게 재판하는 법관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사법의 민주적 투명성을 높이고자 재판에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시대적 요청이 됐다. 그런데 이 과제 앞에서 전문가 법관만이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이런 헌법 조항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재판이 정치권력과는 독립된 법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인다. 재판을 오로지 직업법관에게만 맡겨 두는 것은 오히려 헌법적 이상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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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판에 대한 국민의 참여제도, 배심제도를 헌법에서 보장하는 것은 직접민주주의 헌법질서의 이상을 완결하는 일이기도 하다. 국가 권력의 주인인 국민은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대표를 선거로 뽑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행사한다. 행정부, 입법부, 자치단체는 그런 통로를 통해 민의가 반영된다. 하지만 국가 권력의 다른 또 하나의 축인 사법부에 대해서는 그런 방식으로 민의가 반영되지 않았다.

재판권 역시 국가 권력의 하나인 이상, 국민의 힘과 지지에 근거해야 한다. 특히 재판권은 국민의 신뢰 없이 지탱하기가 더더욱 어렵다. 그러하기에 사법 권력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 확보는 절실한 과제였다. 재판이 법률 전문가들, 그들만의 리그에 맡겨 둔 채 정작 국민을 소외시킨 것은 아닌지 의문이 있어 왔다. 이런 반성적 고려가 반영된 결과가 이들 헌법 개정안에 담긴 것이다.

재판에 스스로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재판 결과에 반영시키는 과업. 이것은 매우 직접적이면서도 강력한 주권 행사의 길이다. 공휴일로 지정된 선거일에 짬을 내어 투표장에 가는 일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굳은 작심이 필요하다. 국가, 지역 대표를 뽑아 그들로 하여금 일을 시키는 것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손수 고심을 해서 결론을 내야 하는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자신이 사는 지역사회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배심원 후보자 소환장을 받아본 시민들은 잠시 생업을 접어두고 이웃의 법률 문제에 개입할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한동안 젊음을 투자하는 일 못지않게 주권을 구체적으로 행사하는 국민의 책무로까지 인식될 날도 오리라 기대한다.

그 때문에 배심재판 법정은 국민 스스로가 나라의 주인임을 다시금 일깨워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공익적 봉사의 현장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김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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