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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필동정담] 외교 접촉의 단계

  • 윤경호 
  • 입력 : 2018.03.13 17:16:01   수정 :2018.03.13 17: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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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각각 어떤 실무 접촉이 진행될지가 관심사다. 정상 간 회담을 위해서는 막후에서 구체적인 의견 조율을 먼저 하는 게 외교 관례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직접 듣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현재는 매우 초기 단계(very early stages)이니 실무 접촉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내용을 설명한 것은 사전 접촉의 일환이다. 국가 간 회담을 위해서는 외교 관례상 거쳐야 할 단계가 나뉘어 있다. 첫발은 서로 만날 의향이 있는지 두드려보는 예비적 탐색대화(preliminary chat)부터 시작된다. 북·미정상회담의 경우 양측 모두 정의용 특사를 통해 상대와 만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했으니 이 과정은 마친 셈이다. 예비적 탐색대화 후엔 실무자 간에 만나 장소나 만남의 격식 등을 다루는 논의(discussion) 단계로 넘어간다. 어떤 안건을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진다.

실무급 논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면 공식 대표를 내세워 대화(talk)에 들어간다. 우리말 표현상 대화로 번역돼 가볍게 보일 수 있지만 정부 간 대화는 대표끼리 대좌하는 공식 회담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 간에 일대일 줄다리기만 하다가 중국·일본·러시아·한국을 끌어들여 2003년 8월부터 시작해 2005년 9·19 공동선언을 도출했던 6자회담의 영어 명칭은 `six-party talks`였다.

대표 간 회담에서는 세부 사항을 놓고 교섭(negotiation)과 협의(dialogue)를 통해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대화나 회담은 교섭과 협의의 전 단계이면서 더 포괄적인 차원이다.
최종 단계인 수뇌 간 만남은 정상회담(summit meeting)으로, 마지막 한두 가지 쟁점만 정리하는 화룡점정으로 보면 된다. 우리말로는 쉽게 구별되지 않는 비슷한 표현인데 영어에서는 각각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갖는 외교 용어들이다.

국가 간 외교 접촉에는 내용만큼이나 형식과 절차를 이렇게 구분해 따진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은 워낙 빨리 진행되는 만큼 사전에 거쳐야 할 단계를 훌쩍 건너뛸지도 모르겠다.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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