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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 장박원 
  • 입력 : 2018.01.08 17:28:11   수정 :2018.01.08 17: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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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도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다. 지정학적인 면에서 북한이 가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북쪽으로는 세계 2위와 12위 경제력을 자랑하는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남쪽으로는 11위 경제국 대한민국이 버티고 있다. 동쪽으로 몇 시간만 배를 타고 가면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에 닿는다.
이들 4개국과 교역하면 기본만 해도 20~30위권 경제 국가로 무난히 진입할 수 있다. 태국이나 대만 정도는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불행하게도 북한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나온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북한의 2015년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 기준으로 400억달러에 불과하다. 1조9290억달러인 한국의 48분의 1 수준이다. 1인당 GDP도 1700달러에 그쳐 3만달러에 육박하는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다. 물론 우리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최빈국이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고립의 길을 걸어왔던 북한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동안 구축했던 체제나 이념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서야 한다고 아무리 말해 봐야 입만 아플 뿐이다. 핵이 유일한 생존 수단이라고 믿고 있는 김정은 정권에 대고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윽박지르는 것 역시 지금으로선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북한의 개방과 비핵화 노력을 멈출 수 없는 게 우리 운명이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 북핵 해결의 디딤돌이 되기를 모든 국민이 바라는 이유다.

당연히 정부는 치밀한 협상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꽉 막혔던 길이 뚫릴 수도 있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라는 희망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정치·외교적으로는 시각 차이를 좁히기 어려운 만큼 처음에는 경제협력을 복원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와 같이 구체적 사안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금부터 남북 경협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은 중요하다.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핵을 포기하고 경제 문호를 개방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지는지 청사진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혁명`과 `핵`만큼이나 많이 언급했으니 경제협력 이슈에 북한이 귀를 기울일 분위기는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 북한에는 장마당이 늘면서 시장화와 사유화 바람이 불고 있고, 곳곳에 경재개발구를 지정해 놓았다. 지난해 9월 블룸버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민간 경제를 통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주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났다고는 볼 수 없지만 나름 경제 개혁을 통해 생활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가 폐쇄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번 둑이 무너지면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조건이 무르익은 셈이다.

남한과 북한의 경제영토가 연결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매일경제와 KDB산업은행이 2015년 열었던 북한정책포럼에서 나온 내용을 보면 남북 경제통합으로 한국은 GDP 성장률이 연간 0.8%포인트 올라가고 북한은 13% 이상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됐다. 남한보다 북한이 훨씬 많은 남북 경협의 과실을 맛볼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것도 협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남북의 경제협력은 양쪽 모두에게 반도 국가의 장점을 살릴 기회를 제공한다. 경제 측면에서 분단의 가장 큰 손실은 길이 막혔다는 점이었다. 북한이 막고 있어 남한은 섬나라와 다름없는 처지였고 북한도 바다로 뻗어나갈 방법이 없었다. 경제협력을 통해 길이 뚫리면 남북은 손을 잡고 중국 동북 3성과 극동러시아 등 미개발 지역을 개척하며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아직 첫술도 뜨지 않았는데 너무 많이 나간 건 아닌지 모르겠다. 북한이 그럴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너무 간절한 문제라 희망사항을 떠올려 봤다. 모처럼 만난 남북이 평창을 넘어 경제 분야에서도 공통분모를 찾기를 기대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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