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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규제 샌드박스 취지 무색하게 하는 무과실배상책임제

  • 입력 : 2018.03.13 0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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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대표적 혁신성장 정책인 `규제 샌드박스` 관련 일부 법안에 `무과실 배상책임제` 조항이 들어가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과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안, 정보통신진흥 및 융합활성화특별법 일부 개정안 등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이 조항이 명시돼 있다. 무과실 배상책임제는 규제 특례를 부여받아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한 사업자가 그로 인해 인적·물적 손실이 발생하면 고의 또는 과실이 없더라도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게 요지다. 기업이 잘못이 없어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이 조항을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특히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려는 청년 사업가들의 도전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첫 회의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는 "신산업 분야는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열린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도 "새로운 융합 기술과 신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규제 샌드박스 도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규제 샌드박스가 혁신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하려면 사전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조치를 취하는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내용에 새 상품이나 서비스가 기존 규정에 없는 것이라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규제 특례와 임시 허가 제도를 포함한 이유다.

무과실 배상책임제는 이 같은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에 입각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는데도 전부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고 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시도를 할 기업은 크게 줄어들 게 뻔하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시범 도입되는 신기술이나 상품, 서비스에 대해서는 위험 요인을 소비자들에게 미리 알리는 방식을 취한다고 하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문재인정부 핵심 과제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그런 만큼 독소조항 하나로 그 효과를 반감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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