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칼럼

[필동정담] 조용필 데뷔 50주년

  • 노원명 
  • 입력 : 2018.03.12 17:15:17   수정 :2018.03.12 17:29:3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16148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때 얘기다. 부서 배정 후 첫 회식 자리가 노래방으로 이어졌다. 막내인 내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조용필의 `비련`을 불렀다.
`아 눈물은 두 뺨에 흐르고 그대의 입술을 깨무네 용서하오 밀리는 파도를 물새에게 물어보리라~.` 2절까지 부르기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1절에서 끊고 자리에 앉으니 최고참 선배가 물었다. "난 뭘 부르란 얘기냐?" `18번`은 `창밖의 여자`지만 선배들을 위해 남겨뒀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수 조용필이 5월 12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는 소식을 접하고 19년 전 그 기억이 떠올랐다. 갓 입사한 신출내기가 그때 이미 데뷔 31년 차를 맞은 `가왕`의 노래를 선곡했으니 선배들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 후로 후배들과 어울려 노래방에 갈 일이 여러 번 있었으나 조용필 노래를 부르는 후배는 만나지 못했고 내 몇 안되는 선곡을 빼앗길 일도 없었다.

주변에 자칭 조용필 마니아들이 있다. 대부분 중년 이상 나이에 제법 하는 노래 실력들이다. 레퍼토리는 조용필 발표 전곡을 아우른다. 이들 모임에 끼면 `조용필 노래만 선곡` 조건이 붙을 때가 많다. 난 마니아가 못된다. 조용필의 정조를 살릴 만한 가창력이 못되고 부르는 노래는 `창밖의 여자` `비련`을 포함해 4~5곡이다. 그럼에도 줄창 이들 노래만 해왔다. 20년 노래방 인생에서 조용필 이외 외도를 한 가수는 딱 한 명뿐이다.

조용필은 잘하는 노래지만 미성은 아니다. 그의 쥐어짜는 듯한 탁성이 우리 인생의 질감에 닿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풀나풀대는 발라드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남이 듣거나 말거나 제 흥에 취해 부르다 보면 `한오백년 사자는데 웬 성화요` 같은 기분이 된다고나 할까.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3명 있었다. 조용필은 그중 한 명이다. 음악 문외한인 내가 그를 인터뷰할 일은 앞으로도 아마 없을 것이다.
대신 내 주변 팬을 대표해 인사를 전한다. 데뷔 50주년을 축하한다. 당신 노래를 빌려 우리 인생의 리듬과 색조를 구할 때가 많았다. 아마 조금은 더 행복해졌을 것이다.

[노원명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