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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좋은 일자리가 국력이다

  • 김대영 
  • 입력 : 2018.03.11 17:18:49   수정 :2018.03.11 19: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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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한국을 떠나 해외로 향하는 취업준비생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 일자리를 찾은 한국 청년 수가 작년 말 2만1088명으로 처음으로 2만명을 넘었다. 2015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늘고 있다. 일본은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유효구인배율이 올해 1월 1.59로 1974년 이후 최고치다.
구인배율 1.59는 기업이 159명을 뽑고 싶은데 취업희망자는 100명뿐이란 의미다. 2005년부터 도쿄특파원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일본인을 만나며 세대 간 경쟁력을 비교하게 됐다. 일본 세대 가운데 가장 경쟁력을 갖춘 세대는 학교 졸업 후 첫 사회생활을 1960~1980년에 시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이 시기는 일본이 성장을 구가하는 기간이었으며 일본 기업들이 활발하게 해외로 뻗어나갔다. 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행한 후 평가해볼 기회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반면 1990년대 중후반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는 앞세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졌다. 1991년 일본에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이 세대 중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기업과 금융회사에 취직해서 제대로 훈련받은 적이 없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본 적도 없었다. 다양한 세대의 일본인들을 접하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개인뿐 아니라 국가에도 중요하다고 깨닫게 됐다. 즉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면 국력도 쇠퇴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통해서만 길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취업난을 겪는데 일본은 일할 사람을 못 구하는 구인난을 겪고 있을까. 두 나라의 인구구조 변화, 기업 간 임금 격차, 사회적 분위기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일제히 퇴직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자녀는 취업연령대인데 저출산 세대다. 취업희망자에 비해 일자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일본 대기업은 임금이 그다지 높지 않고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한국만큼 크지 않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혼다자동차의 대졸 신입사원 월급은 각각 20만6000엔(206만원), 21만4000엔(214만원)이다. 같은 자동차 업종인 현대자동차의 대졸 초임 월급은 공개된 적이 없지만 취업 준비 사이트 등을 참고해보면 연봉이 6000만원 수준이다. 이는 도요타나 혼다 신입사원 연봉의 2배 이상이다. 이 같은 한일 자동차 업계의 임금 격차는 계속 유지된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평균 임금은 9213만원으로 도요타(9104만원)나 폭스바겐(8040만원)보다 높다. 임금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국내 차 5곳은 12.2%로 도요타(7.8%), 폭스바겐(9.5%)에 비해 높다. 지금 상태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국내 자동차 노조가 이기심을 버리고 글로벌 임금수준을 고려해 과감하게 임금을 낮춰야 한다. 임금의 거품을 빼고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한국 자동차공장들은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한국의 취업준비자들은 일본인들에 비해 공무원·대기업 입사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당수 한국의 취업준비생이나 그 부모는 "저임금을 받는 중소기업에 가기보다는 차라리 취직을 미루고 더 준비하자"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일본인들은 중소기업이라도 일단 들어가서 꾸준히 일을 배우고 적은 월급이라도 오래 받는 걸 선호한다. 이는 한국에 비해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크지 않은 일본이라서 가능한 측면이 있다. 한국처럼 대기업 직원이 100이란 임금을 받으면 1차 납품 업체 직원은 50~60을 받고 2차 납품 업체 직원은 25~35를 받는 구조로는 대기업 취업난과 중소기업 구인난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한국의 업종별 노조는 해당 업종의 글로벌 임금수준을 분석해 한국 기업들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임금수준을 조정해야 한다. 한국 같으면 구인난을 겪는 기업들이 임금을 더 많이 주겠다며 인재를 대거 끌어모으겠지만, 일본 기업들은 전체적인 조화나 안정성을 중시해서 그런 경쟁을 자제하는 편이다.

취업준비생들은 국내에서만 일자리를 찾을 게 아니라 눈을 해외로 돌려보자. 이달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일경제협회가 일본 게이단렌 등과 공동 개최하는 일본 취업 세미나와 같은 행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취업난과 일본의 구인난을 동시에 해결할 윈윈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학 등은 한국 내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청년들이 해외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고 훈련받도록 지원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의 국력이 융성할지, 아니면 쇠퇴할지는 좋은 일자리를 얼마나 발굴하느냐에 달려 있다. 좋은 일자리가 국력이다.

[김대영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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