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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진주만의 교훈과 북미대결

  • 입력 : 2018.03.11 17:08:46   수정 :2018.03.12 09: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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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2월 7일 일본 해군 폭격기들이 하와이 진주만의 미군기지를 기습해 큰 피해를 입혔다. 기습 계획을 만든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은 원래 전쟁에 반대했다. 워싱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미군의 막강한 잠재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군 대본영은 두 가지 전제조건의 충족을 전제로 무모한 군사 도박을 감행했다.
첫째, 유럽 전선에서 나치 독일이 승리한다. 둘째, 미국은 평화를 원해서 결정적 타격을 입으면 협상을 요청한다. 전제조건을 보면 일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변수나 예측하기 어려운 상대방의 반응 행태에 관해 희망에 가까운 가정을 하는 실책을 범했다. 미군은 진주만 기습을 보복하기 위해 이듬해 4월 `둘리틀(Doolittle) 비행대`가 도쿄와 주요 도시를 폭격했고,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대승하면서 개전 6개월 만에 공세로 전환했다. 유럽 전선에도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보내 나치 독일을 패망의 길로 몰아넣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세계 리더가 되기 위해 유럽 전선에 참전할 명분이 필요했던 미국을 일본이 도운 모양새였다고 볼 수 있다. 진주만 기습이 있기 전에 현대 해전의 핵심 전력인 항공모함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 정황과 기습 이후 유럽 전선에 참전하는 것으로 미국 여론이 모아진 것을 보면 일본이 미국의 장단에 놀아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마모토 제독은 진주만을 폭격하는 조종사들에게 항공모함의 존재 여부를 묻고,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자 공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미국과의 장기전이 불가피함을 직감하고 진주만에서 더 이상 전력 소모를 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국가의 존속을 위한 외교, 군사적 선택`으로 정의할 수 있는 국가대전략(Grand Strategy)은 신중하게 수립돼야 한다. 잘못 수립된 국가대전략은 국가의 멸망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는데, 핵무력 완성 선언은 북한의 국가대전략 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군사적 선택이다. 최강의 군사대국인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국가대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어떤 전제조건을 상정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이 속마음이라면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할 때처럼 미국의 전쟁 의지가 약하다고 가정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약자가 강자를 상대할 때 강자의 반응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특히 강자가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전략무기를 실전배치하면서 연약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진주만 기습 이후 미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을 보면 강자에게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 이외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당국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발사 행위가 미국 정부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것인지 따져봤어야 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없으니 미국의 인내 한계를 넘지 않는다고 단정하지 말았어야 했다. 화성-15형 미사일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며 사전 제거 대상인지에 관한 판단은 미국의 몫이다.

역사를 보면 국가대전략을 세우는 데 참고가 될 사례가 많다. 야마모토 제독은 탑승한 비행기가 목적지 상공에 이르렀을 때 일본군 암호를 해독하고 출격한 미군 전투기의 기관총탄에 맞아 즉사했다. 밑에서 대기하던 부하들이 올려다보는 가운데 일어난 참극인데, 진주만 기습의 주역을 기어코 제거한 이 작전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으며 암호명은 `복수`였다.
적에게 무자비한 미국의 결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주판을 쓰던 일본군은 미군 컴퓨터가 암호를 100% 해독하고 있는지 꿈에도 몰랐다. 미군은 남이 모르는 첨단 장비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커 드러난 장비만 보고 전투력을 평가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남북 공히 국가대전략의 중요성과 역사 연구의 필요성에 관한 인식이 부족해 보여 걱정된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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