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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대통령님, 정책 좀 바꾸어주세요

  • 입력 : 2018.03.09 16:03:47   수정 :2018.03.09 16: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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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누군가에게 듣게 된 한 보육원 아이와 그를 특별히 아꼈던 선생님의 이야기가 좀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 이야기가 나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한 아동 복지센터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나와 아내가 마음을 주기 시작한 것은 2010년 1월이었다. 8년 넘는 세월 동안 우리는 부모가 있어도 같이 살 수 없거나 아예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일에 동참해 왔다.
무엇보다 나는 불공평한 현실 속에 살게 된 이 아이들의 앞날에서 조금이나마 불공평을 줄여주고 싶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보육원을 떠나야 하는 아이들이 접하게 될 냉정한 현실 속에서 그들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들이 직면하게 될 세상의 불공평이 대개 편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을 힘들게 하는 편견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들에게 마음이 갔던 것이다. 앞을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아직도 일반 직업 사회에서 거의 제외되는 시각장애인들처럼 그들도 온전한 가정에서 성장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학교나 직장 등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게 된다고 믿었다.

내가 지난달 듣게 된 이야기는 다른 시설에서 일어난 일일 것이다. 유난히 총명한 한 아이에게 한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학원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선생님은 학원비를 마련해주었다. 밤늦게까지 힘들게 공부하고 있을 아이 생각을 하며 선생님은 어느 날 간식을 준비해서 학원으로 아이를 찾아갔단다. 그런데 아이가 학원 수강을 오래전에 취소하고 돈을 받아갔다는 것과 아이가 늦게까지 놀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너무나 실망한 나머지 아이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너도 너의 엄마처럼 되고 싶냐고. 선생님은 너무 심한 말로 아이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우선 할 일을 다 하고 놀아라, 더 완벽하게 공부해서 성적을 올려라, 폰 스크린에서 눈을 떼면 합격이 보인다 같은 말을 우리는 잔소리라고 한다. 그리고 훨씬 더 거친 표현과 말투로 이런 말을 아이들에게 매일 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생각된다. 말을 듣지 않으면 특권을 잠시 빼앗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폰이나 컴퓨터를 몇 시간 혹은 하루 종일 못 쓰게 하는 것은 우리 집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런데 부모가 당연히 하는 이런 일을 복지사 선생님이 하게 되면 인권 침해가 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말은 어느 정도 부적절했을 수 있어도 내가 들은 이야기의 선생님의 마음은 올바른 곳에 있었다고 본다.

부모의 보호를 직접 받지 못하고 사는 아이들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앞날 준비를 위해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 예를 들어 공부를 어느 정도 강요하는 것은 인권 침해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오히려 정책에 따라 시험기간에도 밤새도록 폰을 갖고 노는 아이를 방치하는 일이야말로 인권 침해인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삶을 혼자 살아낼 수 있는 한 어른이 되기 위한 훈련에는 감수해야 하는 아픔과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고 이 좁은 길 통과를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나는 정책이나 법 따위를 어려움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을 싫어한다.
정책보다 마음이 그리고 법보다 사랑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한 정책이 아이들의 앞날 준비에 방해가 된다면 정책을 수정하거나 응용기준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사회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 편견을 넘어 개발되지 못한 그들의 능력에서 올 수 있단 생각에 아이들을 돕고 싶어하는 우리들의 고민이 더 커진다. 청와대에 찾아가 간절한 부탁을 드릴까 하는 생각까지 해 본다.

[신순규 시각장애 월가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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