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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미투'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 김주영 
  • 입력 : 2018.03.08 17:33:03   수정 :2018.03.08 17: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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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구를 만나든 대화의 화제는 단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얘기다. 연일 핵폭탄급 폭로가 꼬리를 문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폭로가 문화예술계를 넘어 정치권, 종교계, 대학가, 직장까지 우리 사회 도처에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미투공화국`이 돼버렸다.
사회지도층의 이중적 민낯, 그리고 침묵하고 발뺌하는 그들의 미투 대응 방식이 우리를 경악하게 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우리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미투 폭로가 빙산의 일각일 것이란 사실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 분야 성폭력 실태 시범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나 목격자의 신고율은 4.1%에 불과했다. 아직도 `미투`를 망설이는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폭로를 당할까 불안에 떠는 가해자도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미투 바람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요즘 보면 미투 폭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피해자를 조롱하는 악의적 댓글이나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로 2차 가해가 심각한 지경이다. 경직된 남성주의적 시각으로 `미투` 하면 왕따시키거나 피해자의 처신 잘못으로 치부해버린다. `꽃뱀 프레임`으로 엮는 것도 문제다. 온라인에 들끓는 미투 댓글을 보면 남성혐오(남혐)뿐만 아니라, 그에 반작용으로 여성혐오(여혐)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법률상 금지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자 절반 이상이 사측의 불합리한 징계,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 해고 등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투 운동이 피해자에 대한 테러나 남혐·여혐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 또한 정치권 진영 논리로 왜곡돼선 더더욱 안 된다. 미투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미국 작가 톰 리스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성추행은 결국 위계의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투 운동이 단순히 여성과 남성의 대립을 넘어 현재 권력구조 내에서 억압받는 모든 이의 해방 운동이 될 것이고 그 혜택은 결국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목에서 미투 폭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중요하다. 연일 터지는 충격적 보도에 면역이 돼서도 안 되고, 피로감으로 지긋지긋해하며 회피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더욱 냉철해져야 한다. 가해자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미투` 할 수 있도록 이참에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점에서 정부가 8일 내놓은 성폭력 방지 대책은 반길 만하다. 골자는 권력형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직장 내 성희롱을 조직적으로 방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징역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 있는 성폭력을 막아낼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려면 한시적인 기구나 특별대책으로 반짝 성과에 그쳐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도 검토해볼 만하다. 또 피해자 상담·신고, 2차 피해를 막아줄 특별신고센터를 100일간 한시 운영하기보다 상설화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어제(8일)는 세계 여성의 인권과 지위 향상을 위해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110년 전 여성들은 "우리는 빵(생존권)뿐만 아니라 장미(참정권과 인권)도 원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인권 신장은 여성들만을 위한 외침이 아니다. 여성은 남성의 적이 아니라 남성의 아내요, 딸이요,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올해 여성의 날 주제는 `변화를 위한 압력(#Press for Progress)`이다.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제 낡은 관습과 적폐는 벗겨내야 한다. 일상 속 성차별과 성폭력은 종말(Times Up)을 고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압력을 시작해야 할 때다.

[김주영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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