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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초과이익 환수라는 유혹

  • 최경선 
  • 입력 : 2018.03.07 17:28:54   수정 :2018.03.07 2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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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베네수엘라 부부는 고액권 지폐를 접어 공예품으로 만들어 판다. 베네수엘라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4300%에 이르러 지폐가치가 종잇조각과 비슷해진 결과다. 먹고살기 힘들어 콜롬비아로 이주한 이 부부는 화려한 색상의 베네수엘라 지폐에 착안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때 베네수엘라 최고액권이었던 100볼리바르짜리 수백 장을 접어 핸드백을 만들면 원가는 50센트인데 10달러 이상에 팔 수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국제뉴스에 전해진 이야기다. 석유 매장량이 세계 최대라는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처참하다. 요란한 무상복지 정책과 `초과이익`에 퍼부은 저주가 부른 결과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취임하자마자 "물가를 잡겠다"며 수천 개 유통상을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부당하게 올린 제품값을 바로잡아 그해 11월에는 소비자물가를 5% 끌어내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달 물가는 오히려 4.8% 상승했다. 이상한 것은 그럼에도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대중의 환호에 고무된 마두로 대통령은 2014년 1월 `어떤 제품이든 원가에 30% 이상 마진을 붙여선 안 된다`는 공정가격기본법을 선포한다. 이른바 `초과이익 금지법`이다. 2013년 물가가 56%나 뛰어오른 것은 기업과 유통업자들이 소비자를 착취한 결과라고 저주를 퍼부으며 이 법률을 어긴 업주는 최고 14년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마두로 정권이 이런 식으로 `기업의 탐욕`과 전쟁을 벌이자 1만2000여 개에 이르던 베네수엘라 기업 숫자가 3년 만에 2000여 개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일자리는 사라졌고 식료품, 치료약 등 모든 제품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초과이득세가 베네수엘라에 처음 등장한 건 아니다. 1차 세계대전 때 미국, 영국, 독일 등이 전쟁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초과이익세를 도입했다.

전쟁 특수로 이익을 챙기는 `추한 부자`들로부터 전쟁비용을 조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결과다. 전쟁 발발 전 몇 년간의 평균 이익에 비해 전쟁 중 늘어난 이익을 과세대상으로 삼았다. 영국은 처음에 초과이익부담금을 50% 부과하다가 나중에는 80%까지 인상했다.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을 때에는 초과이익 환수에 더 박차를 가했다. 사이먼 영국 재무장관은 `재정은 국토방위를 위한 제4의 무기`라며 독려했다. 초기 60%이던 초과이익세율은 전쟁 막판 100%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초과이익환수는 나라의 운명이 걸린 전쟁터에 식량과 장비를 보내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세금·부담금이다. 그것을 베네수엘라가 `30% 이상 초과이익 금지`로 변형시켜 국내 기업과 전쟁을 벌였으니 나라 안에 재앙이 초래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오랜 논쟁이 진행 중이다. 토지초과이득세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그것이다.

땅값과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그로 인한 불로소득이 위화감·상실감을 야기하고 그 결과 불로소득에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집값·땅값과의 전쟁에 박수를 보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그 절차가 합리적인지 또 그 결과가 바람직할 것인지이다.


헌법재판소는 1994년 토지초과이득세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오래전부터 세계 여러 나라에서 땅값 안정과 불로소득 환수를 이유로 부동산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를 주장해 왔지만 오늘날 그런 과세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입법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토지초과이득세는 4년 뒤 폐지됐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2006년 시행했다가 재건축 연기에 따른 아파트 공급 감소 등의 부작용과 위헌 논란 속에 2012년 말 법 적용을 유예했던 것이다.

그 초과이익환수제가 올해 부활하면서 또다시 논란을 낳고 있는데 돈 버는 사람들에 대한 화풀이로는 시장만 교란시킬 뿐 결코 수급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2, 제3의 강남 생활권을 조성해 수요자들이 더 넓은 선택을 하도록 공급을 늘려야 한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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