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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토론] 아파트 후분양제

  • 입력 : 2018.03.07 17:01:01   수정 :2018.03.08 18: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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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법 개정을 통해 공공 부문의 후분양제 도입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지난 7일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주택법 개정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뿐 아니라 국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사는 주택의 공정이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한 이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후분양은 주택을 거의 짓고 난 뒤 분양하는 방식이다. 후분양을 하면 건설사의 부담으로 분양가가 오를 수도 있다.
반면 상품도 안 보고 아파트를 미리 구매하는 비정상적 거래가 사라질 거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의 후분양제 도입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 찬성 /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후분양땐 소비자 선택권 확대…부실시공 줄고 투기차단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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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분양제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반시장적 공급제도다. 다른 나라에도 선분양제가 있지만 우리와 다르다. 미국의 경우 공급자는 자기자본 10%와 계약금 10%를 제외한 나머지 80%를 사업성에 기반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으로 조달한다. 우리나라는 건설자금의 5% 정도만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고, 소비자의 선입주금으로 나머지(95%)를 충당한다. 공급자의 자본비용을 소비자가 대신 부담하는 꼴이지만 소비자의 비용은 분양받은 주택의 시세차익으로 보전된다.

공급자와 소비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선분양제는 40여 년을 버텨왔지만 저성장과 맞물려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집값 상승, 분양 경쟁, 낮은 주택 품질, 준공 후 하자 등 많은 주택 문제가 선분양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누구나 공감하지만 후분양제로의 전환이 반대에 부딪히는 것은 선분양제하에서 누리는 공급자의 기득권 때문이다.

도입 반대론자들은 후분양제로 바뀌면 공급이 줄고, 분양가가 오를 것이라고 한다.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맞는 지적은 더욱 아니다. 후분양제로 가면 `무조건 지어 분양만 하면 된다는 식`은 통하지 않는다. 시장 수요, 금융 비용, 분양 가능성, 수익성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분양사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추진된다. 반복되는 공급과잉과 과소 공급의 문제가 그만큼 줄어든다.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업체들의 공급물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이는 후분양제에 걸맞은 새로운 금융조달 방식의 도입으로 풀면 된다.

반대론자들은 후분양으로 건설사의 자본조달 비용이 늘면 분양가로 전가돼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한다. 이 또한 꼭 그렇지 않다. 선분양제하에서 건설사가 부담해야 할 건설비의 대부분을 소비자가 이미 부담하고 있다. 공급자가 결정하는 분양가에 이 비용이 반영되지 않을 뿐이다. 후분양제로 인한 분양가 상승은 건설사가 빌리는 돈의 이자와 소비자가 빌리는 돈의 이자 차이 정도다.

후분양제 도입으로 건설사 간 경쟁이 첨예해지면 부실업체는 퇴출되고 주택 가격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 결과 소비자는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상품을 소비하게 된다. 후분양으로 전환되면 소비자 선호가 파편화되고 국지화돼 대량 공급에 능한 대기업 건설사의 경쟁 우위는 약화된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건설산업 구조의 다변화가 불가피하다. 후분양제로의 전환은 후분양형 주문제, 계약제 등 여러 길이 있다. 이젠 향후 10년을 목표로 선분양제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로드맵을 작성할 때다.

반대 /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돈줄 막혀 중소건설사에 타격…싸게 집사는 기회 박탈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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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4년에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후분양을 하는 사업장은 거의 없다. 주택 사업자와 소비자가 모두 싫어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거부하는 후분양을 의무화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첫째로, 주택 선분양은 건설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메커니즘이다. 선분양이 금지되면 사업자들은 다른 자금원을 찾아야 한다. 사업 단지마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어려움과 이자 부담이 클 것인데, 그 비용은 분양가에 얹힐 수밖에 없다. 중소 업체는 자금줄이 막혀 주택산업 전체가 대형 업체 위주로 재편될 것이다. 결국 분양가는 오르고 선택의 폭은 줄어든다.

둘째로, 주택 건설자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하면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우리 금융기관들이 전국의 주택건설 자금을 감당할 능력과 여건이 되지 않는다. 현재의 PF도 토지비와 초기 자금을 조달하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대출보증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대출보증 때문에 공사의 전신인 주택사업공제조합이 파산하고 정부가 엄청난 부담을 떠안았다.

셋째로, 선분양은 소비자가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주택을 할인해서 사는 거래다. 주택이 거의 완공된 시점에 판매한다면 주택사업자가 기존 주택보다 싸게 분양할 이유가 없다. 그 결과 분양가가 오르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올 텐데, 그렇게 되면 사업자는 금리 비용과 사업 위험을 보상받을 길이 없어지고 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넷째로, 선분양에서는 주택경기 상황을 보면서 분양 시기를 조절할 수 있고, 일단 분양에 들어가면 비교적 긴 기간에 걸쳐 판매할 수 있으며, 불가피하면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 후분양에서 주택사업자는 완공 전후의 짧은 기간에 주택을 팔아야 하므로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이 훨씬 크다. 그 결과 주택 공급이 위축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분양에서 분양권 투기나 `떴다방`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이는 소비자가 그만큼 큰 이득을 누리는 데 따른 현상이다. 후분양제에서도 집값이 낮으면 얼마든지 투기가 일어난다. `깜깜이 분양`이라는 불평도 있지만 일반 소비자가 공정률 80% 현장에 간다고 해도 하자 여부를 알기 어렵다.
전문가에 의한 건설관리나 감리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확실한 대책이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다양한 보증과 주택법 및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의한 규정들이 정교한 체계를 이뤄 소비자들의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작은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새 아파트를 싸게 사고 싶은 수많은 소비자의 선택 기회를 박탈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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