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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통신]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

  • 입력 : 2018.01.01 00:01:10   수정 :2018.01.01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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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대한민국이 평화로운 가운데 더욱 발전하고 온 국민이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함께 많은 어려움이 예견되는 한 해인 것은 분명합니다. 위험 수위가 극에 달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과 이와 관련한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 설정, 회복돼 가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 한국 경제가 과연 어떤 성과를 나타낼 것인지, 정파적 이해를 넘어 국가 백년대계를 기약하는 헌법 개정이 이뤄질 것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각종 갈등을 잘 해결하고 사회통합을 이뤄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 등 관심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런 걱정을 하노라면 사회가 안정된 가운데 온 국민이 더불어 평화와 번영을 이루고 있는 중·북부 유럽 나라들이 떠오릅니다. 그들은 왜 그럴까, 우리는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기독교에서의 구원은 인간의 의지나 노력과 상관없이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며 구원받을 사람들은 창세 전부터 이미 예정돼 있다. 이것이 장 칼뱅의 이른바 `예정설(豫定說)`입니다. 이러한 예정설하에서 신자들에게는 자신이 선택된 자들 가운데 들어 있는가, 즉 구원을 받았는가에 대한 불안과 확신이 절실한 문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하나님이 바라는 바 소명(召命)의식을 갖고 자기에게 주어진 직업이나 역할에 충실하고, 금욕하며 근면 성실 검소하게 살아가는 것이 선택된 자로서의 징표가 아니겠는가 생각하고서, 그에 합당한 윤리적 생활을 함으로써 구원의 확신에 이르고자 하였습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직업에 귀천이 있을 수 없으며 육체노동이나 정신노동을 가리지 아니하고 노동을 신성시하며 오로지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각 개인이 정당하고 성실한 방법을 통해 부(淸富)를 축적하고 이를 선하게 관리하는 것을 윤리적이고 진실한 신앙의 결과로 보았습니다. 이것이 그들의 직업의식과 자본주의 정신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이런 토양 위에 그들은 건강한 노사 관계와 적절한 복지제도의 틀을 만들고 함께 잘 살아가는 사회통합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그들과 사정은 다르지만 우리에게도 사회통합의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나라든 크고 작은 갈등이 없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갈등이 심한 나라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남북 분단에 보태어 짧은 기간에 민주화와 압축적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 과당경쟁, 성과지상주의, 물질만능 등의 풍조가 갈등을 심화시켰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동서 또는 중앙·지방의 지역·경제적 양극화에 따른 빈부, 청장년과 노년 세대의 가치관과 복지 정책, 양성(兩性), 대·중소기업, 노사,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은 물론 심지어 장애인·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갈등 등이 그 예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느 경제연구소는 우리 사회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7%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한 국론 분열에 따른 무형적 손실이 심대합니다. 그러므로 갈등 해결을 통한 사회통합이야말로 국가 발전을 위한 시대적 과제이자 선진국에 진입하는 조건입니다.

이를 위해 온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정치권과 정부입니다.
그 기반은 타협 없는 자기 확신, 정파 이익 우선, 편 가르기, 증오와 복수를 멀리하고 양보·타협을 통한 통합·연대와 포용, 국익 우선과 미래 지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을 역대 어느 정부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추앙받는 대통령이자 인류의 희망이 된 것은 사랑과 용서의 마음으로 통합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우분투(ubuntu·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그가 늘 가슴에 품고 있었던 생각이었습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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