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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하루 다섯 번 죽음을 전하는 스마트폰 앱

  • 김인수 
  • 입력 : 2018.03.01 17:23:35   수정 :2018.03.01 1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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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스마트폰에 새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 `WeCroak`라는 이름의 앱이다. 앱을 열면 간단한 소개 글을 만난다. "부탄 속담에 하루 다섯 번 죽음을 사색하면 행복해진다.
" 이 소개 글 그대로다. 이 앱은 "잊지 말라. 당신은 죽을 것이다"라는 알림과 함께 하루 다섯 번 죽음에 대한 글을 보내준다. 이 앱을 알게 된 건 뉴욕타임스 기사 `Outing Death` 덕분이지만, 1200원을 내고 이 앱을 구매한 건 14년 전의 기억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담당 의사를 인터뷰하고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옆에서 하늘나라로 떠나는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죽음 가까이 가면 욕심이 빠집니다. 삶 전체가 하나의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게 되죠.` (중략)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입니다. 서로 돕고 어울리는 게 삶입니다.` (중략) `이제는 욕심을 안 부려요. 서로 돕고 사랑하죠.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 자랑스럽고 소중합니다.`"

그때 나는 한 가지 진실을 배웠다. 사람은 죽음 앞에 섰을 때 자기 삶에 가장 진실해진다는 것이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부차적인지 알게 된다. 돈과 권력은 죽음 앞에서 헛된 것이다. 당시 16년째 호스피스 병동을 지키고 있었던 그 의사는 서로 돕고 사랑하는 게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서 죽음을 망각한다. 욕심 앞에서 `미망`에 빠진다. 그래서 내게 진실한 삶이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가짜 삶을 산다. `더 높은 자리를 얻고, 더 많은 돈을 벌라`는 사회의 유혹에 굴복한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가 말했듯이 불행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인생을 산다. 아마도 그래서 `WeCroak` 같은 앱이 나온 거 같다. 죽음을 기억하라고, 그래서 지금 삶에 진짜 중요한 걸 놓치지 말라고 상기시킨다.

이 앱이 내게 보내준 첫 글은 이랬다. "사막을 건너는 내가 손으로 나르는 물과 같은 존재가 바로 (생전의) 당신임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스티븐 도빈스의 시 `슬픔`의 한 구절이었다. 사막을 건널 때 손에 쥔 물은 얼마나 소중할까. 죽은 `당신`이 아직 살아 있는 `나`에게는 그런 존재였다는 뜻이리라. 이처럼 우리 삶은 우리를 사랑하는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소중하다.

그러나 손으로 아무리 애지중지하며 물을 담으려 해도 그 물은 손가락 사이로 조금씩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삶의 시간은 조금씩 우리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만큼 죽음은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아직 물이 조금이라도 손아귀에 남아 있을 때 그 삶의 시간은 우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함께 써야 한다.

`WeCroak` 앱 사용자는 대부분이 20·30대라고 한다. 삶의 박동을 강렬히 느끼는 청춘들이 `죽음을 전하는 앱`을 쓴다는 게 뜻밖이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해가 됐다. 나이 든 이들은 몸 한구석이 고장 나거나, 가까운 사람을 잃은 뒤에 죽음을 떠올린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다. 죽음을 느낄 때 찾아오는 `진실의 순간`을 마주할 기회가 없다. 더욱이 젊은이들은 아직 중요한 선택이 많이 남아 있다. 직장 선택, 결혼, 출산 등등. 그때마다 진짜 중요한 걸 기준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죽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생전에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생들 앞에서 "내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내가 인생에서 큰 선택을 해야 했을 때 가장 중요한 도움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로버트 캐플런 하버드대 교수도 직업을 선택할 때에는 "당신에게 살날이 1년 남았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겠는가"라고 자문해보라고 조언했다.

옛날 로마에서는 개선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외치게 했다고 한다. 우리 삶에도 `메멘토 모리`를 외쳐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김인수 오피니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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