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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의 기업과 경제] GM대우차 사태의 뿌리는 산업정책 폐기

  • 입력 : 2018.02.25 17:23:45   수정 :2018.02.26 09: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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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2014년 출간한 `김우중과의 대화`에서 김 회장은 이미 군산공장 폐쇄 가능성을 읽었고 그 원인을 진단했다. 대우차를 GM에 매각하면서 한국 경제가 최대 25조원의 손실을 봤다고 지적한 뒤, 국내 자동차 산업 구도를 보더라도 "현대와 대우의 2사 체제로 가는 것이 훨씬 좋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DJ정부가 GM이 들어오면 경쟁체제가 된다고 생각한 것은) 산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런 거지요. 우리가 GM과 합작하면서 경험을 다 했잖아요? GM은 한국시장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네 글로벌 경영 차원에서 생각하는 거지요. 그런데 우리는 대우차를 `월드카(World Car)`로 키우려 했으니까 갈등이 생겼던 거예요. 지금 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다 그것 때문이에요. 그동안 우리가 투자했던 걸로 돈 많이 벌었지요. 자기들이 투자는 별로 안 했어요. 그리고 이제 중국에 투자한 것들이 커지니까 한국에서 수출하지 않고 중국으로 옮겨가려고 하는 거지요. 우리가 대우차를 갖고 있었으면 … 국내에도 계속 투자하고 중국시장 현지 진출한 것도 묶어서 전체를 키워나갔을 겁니다. 영국의 경우를 봐요. 자기네 자동차 회사(Rover)가 어려우니까 BMW에 팔았어요.… 그런데 BMW는 세계 전략상 필요 없다고 생각이 바뀌니까 바로 처분해 버렸어요. 영국 제조업이 그러니까 안 되는 거예요.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 정책 결정자들 중에서 산업 차원에서 문제를 보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외국 회사에 팔면 저절로 잘될 거라고 비현실적인 얘기들을 하는 거지요."

당시 언론은 김 회장이 "투자는 별로 안 했어요"라고 말한 것에 대해 GM대우차 사장이 "투자했다"고 반박한 것을 화제성으로 많이 다루었다.
그러나 `산업정책`에 관심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대우 해체 때 이헌재 당시 금융위원장을 비록한 경제팀의 생각은 산업 정책이 `적폐`이고 외국 기업을 유치하면 한국 경제의 큰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헐값 매각`을 불사했고 지금까지도 이런 생각이 한국 사회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GM대우차 사태에서 핵심 사실은 GM대우차가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 내 연구개발 역량이 축소됐고 생산차종도 줄었다. GM 잘못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 다국적기업의 경영전략일 뿐이다. 기업이 해당국 내에 고부가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리도록 여건을 만들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이것이 산업정책의 요체(要諦)이다.

김 회장의 언급은 고부가 투자를 유도하는 데에 국내 기업이면 훨씬 쉽다는 말이다. 국내 기업은 계속 고부가 투자를 할 유인이 많다. 외국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본사 쪽에 고부가 역량을 많이 갖고 있으니까 현지법인에서 고부가 투자를 하도록 만들려면 훨씬 더 강력한 산업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다국적기업에 의존해서 성공신화를 만든 싱가포르는 그래서 지금까지 산업 정책을 시행한다. 노사관계나 인력유치 정책은 산업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 정부는 대우차를 매각만 했을 뿐 GM대우차가 한국 내에서 고부가 투자를 과연 할 것인지, 그렇게 되도록 하려면 무엇을 할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이제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산업 정책의 틀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GM이 한국 내에서 고부가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방안을 택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고부가 투자를 할 다른 회사가 인수하도록 하든지, 아니면 정리하고 남은 생산능력과 인력을 이용해서 국내에서 새로운 기업이 나오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어떤 방안이든 많은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어서는 안 된다. 한국에 남아 있을 고부가 기업을 만들어내는 산업 정책에 따르는 투자여야 한다. 15년 전 대우차를 헐값 매각해서 이미 큰 손실을 봤는데, 뒤처리에도 큰 손실만 보는 악순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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