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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포스트 평창…평형수를 채울때

  • 김선걸 
  • 입력 : 2018.02.25 17:17:27   수정 :2018.02.25 17: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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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의 긴 여정이 끝났다.

대회 유치에 세 번 도전하며 무려 20년을 기다렸던 올림픽이다. 그 간절함만큼 92개국 2925명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구촌 축제를 수려하게 치러냈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준 셈이다.
선수들의 가슴 벅찬 장면도 많았지만, 이번 대회는 북한의 대표단 방문과 남북단일팀 전격 성사로 주목받았다. 전 세계에 스포츠뿐 아니라 정치외교 뉴스의 헤드라인으로 타전됐다. 이제 세계의 이목은 `포스트 평창`에 쏠린다. `평화 올림픽`을 한반도 평화로 일궈낼지는 우리의 몫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스포츠 행사가 역사적으로 실제 정치적인 평화로 이어진다는 가설은 성립할까.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앤드루 더글러스 버톨리 교수는 지난해 11월 `민족주의와 국가 간 충돌`이란 논문에서 국제 스포츠행사 뒤엔 오히려 군사적, 정치적 충돌이 발생한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버톨리 교수는 국가대표팀끼리의 경쟁 과정에서 발현하는 `민족주의(nationalism)` 감정과 이를 정치인들이 악용하는 점을 주목했다.

실제 이 연구에 따르면 월드컵은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간 전쟁으로, 2009년엔 이집트와 알제리의 외교분쟁으로 이어지는 등 관련 사례가 꽤 많다.

버톨리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1936년 베를린올림픽 때 히틀러가 평화를 위장한 후 3년 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과,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치올림픽을 치르자마자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한 사례를 북한에 빗대 설명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은 북한이 호전적인 의도를 숨기고 평화로 위장하기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 김영철의 폐막식 방문에 걱정스러운 부분도 이런 포인트다. 남북대화로 인한 민족주의 감동의 물결이 넘쳐 오히려 탈이 나진 않을까.

김영철은 천안함 피격으로 46명의 우리 장병들을 수장시킨 배후로 지목받는다. 이런 인물을 보내겠다는 북의 일방 통보를 청와대는 물론, 통일부, 국방부 심지어 국정원까지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는건 크게 걱정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사후에 "남북관계 개선의 큰 틀에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을 설득하려면 적어도 북한에 교체 요구라도 했어야 한다. 각종 도발 배후로 지목받는 김영철의 올림픽 방문은 남북 화해에 전향적인 국민층마저도 불편해할 일이다.

혹시라도 청와대나 정부가 이런 국민정서를 공감하지 못하거나 혹은 `코드`를 맞추려 침묵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동종교배`의 지속은 열등인자를 낳고 결국 멸종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경고를 떠올려야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주변에 "예전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할 땐 회의 때 노무현 대통령과 참모들이 언성을 높일 정도로 토론을 했는데, 왜 지금은 다들 받아 적기만 하나"고 물었다고 한다. 사실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때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과정도 비슷했다. 최저임금 과잉 인상은 당연히 내부에서 먼저 반론이 나왔어야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무조건 안된다는 게 아니다. 미리 치열하게 검증하고 약점을 보완해 시행했어야 했다. 그러나 경제학자 절대다수가(심지어 현 정부를 공개 지지하는 학자들마저도) 반대해도 듣지 않았다.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마저 `쏠림`으로 인한 판단 착오를 막기 위해 `데블스 애드버케이트(Devil`s Advocate·선의의 반대자)` 역할을 둔다. 중국 최고의 통치자로 꼽히는 당태종에겐 늘 곁에 쓴소리꾼인 위징이 있었고 링컨도 정적을 장관에 앉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는 10년간의 보수정권 이후 출범한 진보정권이다. 대한민국호의 항로를 크게 바꾸겠다는 포부가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평형수를 든든하게 보충해야 한다.


한순간에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외교안보에선 한층 더 절실하다.

국정의 평형수는 비판하고 쓴소리할 사람이다. 대한민국호의 균형을 잡아야 방향도 성공적으로 선회할 수 있다. `포스트 평창`이 `한반도 평화`로 이어질지는 여기에 달렸다.

[김선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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