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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터무니찾기] 미국은 완결한 나라인가

  • 이상훈 
  • 입력 : 2018.02.23 15:44:12   수정 :2018.02.23 1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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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본보기였다. 우리에게 단순한 동맹국을 넘어 선진국의 대명사였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배워야 할 것을 갖춘 나라로 통했다. 그래서 미국이란 국적이 붙으면 완결성을 갖춘, 모범답안으로 여겨졌다. 사회적인 문제가 불거져 우리 정부가 대책을 고민할 때, 단골처럼 미국의 정책이 본보기로 등장했다.
언론 역시 `미국에서는 이렇게 한다`고 소개했다. `미국에서도 한다`는 것은 많은 경우 정당성의 원천이었다. 고질과도 같은 북한과 북핵 이슈에서도 미국의 입장은 완결한 것으로 간주됐다. 유화책을 내놓는 것은 깊은 뜻이 있기 때문이고, 반대로 압박을 하는 것 역시 깊은 의도가 깔려 있다고 여겼다.

그렇다 보니 미국의 의중을 헤아리는 게 중요했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이 나올 때도 `우월한 정보력으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지경이었다. 미국의 입장은 해석의 영역이었지 의문의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요즘 미국을 다루는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오락가락` 혹은 `엇박자`다. 특히 북한 이슈에서 그렇다.

북한과 미국의 접촉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던 이달 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대북) 대화를 믿는다고 밝혀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다. 대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무르익었다.

그런데 국무부 대변인은 다른 소리를 했다. 그는 "어떠한 북한 관리와도 만날 계획이 없다"면서 "미국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펜스 부통령이 방한 중에 북한 인사와 마주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마련한 평창올림픽 환영만찬에 불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앞서 지난해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당장이라도 무언가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우려가 한반도를 감쌌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정권의 종말과 국민의 파멸"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맥을 같이했다. 하지만 틸러슨 국무장관은 다음날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말을 했고 이후 미국 인사들의 발언은 다시 대화로 무게가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발언은 차치하더라도, 미국 고위 인사들의 엇박자는 이후에도 반복됐고 해석이 뒤따랐다. 한쪽에서는 으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달래는 것이다, 전략이 숨어 있다는 `통상적인`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새로운` 분석도 전문가들의 분석에 포함됐다. 내부에서 무엇인가 오작동하고 있다, 정책 주도권을 놓고 내부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고위 인사들의 인식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등이다. 비판적인 분석들로, 완결한 미국과는 거리가 멀었다.

# 북한은 그동안 끊임없이 돌발행동을 일삼았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그래서 믿을 수 없는 존재였다. 우리와의 접촉에서도 일방적인 통보와 변경을 반복했고 설명은 없었다. 우리에겐 난감한 존재다.

그런데 요즘은 북한에 더해 미국 역시 예측 가능성이 약해지고 있다. 치밀한 계산과 깊은 의중이 항상 깔려 있다는 기존의 가정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만난 정부 내 한 고위 인사는 "북한에 관한 미국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과거처럼 의중을 해석하려다가 엉뚱한 분석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 김영철이 25일 방남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는 23일 한국을 방문했다.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상대하고 해석해야 하는 문재인정부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이상훈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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