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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로고프 칼럼] 대학교육의 파괴적 혁신 왜 늦어지나

  • 입력 : 2018.02.21 17:26:10   수정 :2018.02.22 11: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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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의 여명기`였던 1990년대 초반, 학계 내의 생산성 혁명은 마치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시대는 결국 오지 않았다. 대학에서의 교육 기술은 지금도 아주 느린 속도로 진화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를 바꾼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파워포인트가 칠판을 대체하고, 대형 온라인 공개 강의에 10만명 이상이 등록하는 등의 변화는 있다. 수업 전 동영상 등으로 미리 학습 내용을 습득한 뒤 수업 시간에는 토론과 문제 풀이 등을 하는 수업 방식인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이 기존 교실을 대체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은 생산성 향상에 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서구권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왜 미국의 모든 대학이 미적분, 경제학, 역사학 등에 대해 개별 강의를 개설하고, 5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집어넣는가? 최소한 그러한 대형 기본 강의에서 왜 세계 최고 교수와 강의자들의 강의를 고화질로 녹화한 자료를 학생들에게 보여주지 않는가? 이미 우리는 음악,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녹화 강의로의 전환은 단순히 한 사례일 뿐이다. 고등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한 특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미 학생 개인의 학습을 보조하고 선생들의 최적 피드백을 돕기 위한 소프트웨어 실험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러한 시도는 한계가 명백하다.

어쩌면 대학교육 수준에서의 변화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배움이 대인관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그에 따라 인간 교사의 존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대학교를 기준으로 학교 인력을 대학교 전체 순위로 따졌을 때 수백 번째 순위에 불과할 강의에 쏟아붓기보다는 학생들이 활발한 토론과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투자하는 게 더 상식적인 길 아닐까.

전통적인 대학교 밖에서는 굉장한 혁신이 목격되고 있다.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강의를 쏟아내고 있으며, 특히 기본 수학을 가르치는 데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에게 강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지만, 대학생이나 일반인도 유용하다고 느낄 법한 자료가 많다.

크래시 코스(Crash Course)나 테드에드(Ted-Ed) 같은 훌륭한 웹사이트도 있다. 이곳은 철학, 생물학, 역사학 등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짧은 교육 영상 자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혁신적인 교수는 적은 데 비해 전통적인 교직 종사자들의 저항은 엄청나게 크다. 이들의 저항은 교육 시장 크기를 축소시키고 있으며 더 큰 변화를 위한 투자를 방해하고 있다.

대학 교직 종사자들은 다른 어떤 집단보다 이러한 기술이 자신들의 직업 안으로 들어오길 원하지 않는다. 또 교직 종사자들은 대부분의 공장 노동자들과는 다르게 대학 행정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어떤 대학교 총장이든 이들에게 강압적으로 굴기를 시도한다면 교직 종사자들보다 먼저 총장직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언젠가 변화는 오게 돼 있다. 그리고 변화가 실제로 온다면 경제적 성장과 사회복지에 끼칠 잠재적 영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가장 보수적으로 추산해봐도 대학교육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2.5%를 차지하고 있지만, 투자금의 상당 부분은 꽤 비효율적으로 소진되고 있다. 그러나 진짜 비용은 낭비된 세금 따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젊은이들이 현재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전을 볼 때 다음 20년간 대학이 스스로를 재구성하지 않고는 현재의 역할을 지속할 수 없어 보인다. 교육 혁명은 학내 일자리에 충격을 주겠지만, 다른 모든 분야의 직업에 줄 긍정적 영향은 엄청나다. 상아탑에 더 많은 충격이 가해질수록 우리는 상아탑 밖에서 일어나는 충격에는 더 강해질 것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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