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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필의 인생낚시터] 마음을 읽어야 미래가 있다

  • 입력 : 2018.02.21 17:06:27   수정 :2018.02.22 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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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벼르고 별러 나선 가거도. 선장이 발판 좋은 포인트에 내려주었다. 15m 우측 여를 노리고 밑밥에 집중한다. 하지만 오전 내내 들물 시간에 나온 것이라곤 복어 몇 마리뿐. 햇살이 퍼지고 물돌이가 끝나면서 다시 집중해서 던진 찌가 홈통을 돌면서 멈칫거린다. 뒷줄을 잡아주자 찌가 살짝 내려가다가 바로 사라진다.
대를 세우기가 어렵다. 드디어 오매불망하던 대망의 감성돔 `6짜`가 왔다! 어? 그런데 이놈이 왼쪽 홈통 쪽으로 달린다. 낚싯대를 당겨도 제압이 안 되더니 원줄이 물속 바위에 쓸려 그대로 끊어진다. 오후 내내 같은 곳을 노렸지만 큰 놈이 몰고 나간 고기는 소식이 없다.

다음해 겨울, 채비를 보강해 다시 가거도로 나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강력한 북서풍 때문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남동쪽 무명 포인트 직벽에 내렸다. 3시간째 조류 따라 이리저리 던져보지만 계속 허탕. 찌만 바라본다. 어찌된 일인지 찌가 자꾸 뜬다.

옆자리의 고수가 바늘 위에 무거운 봉돌을 더 채우라고 한마디 거든다. `바닥에 걸릴 텐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채비를 바꾸고 던지자 과연 찌가 조류를 따라 차분히 흐른다. 그러다 찌가 살짝 잠기나 싶더니 쏜살같이 사라진다. 10여 분을 낚싯대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드디어 `5짜`를 잡아 나의 기록어가 되었다. 민박집에 돌아와 보니 딴 사람들은 모두 빈손이었다. 몸집이 크고 실해서 일행 15명이 넉넉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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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로 28년 낚시 인생에서 또 한 수 배웠다. 낚시꾼은 찌를 보고 고기를 잡는다. 그런데 문제는 물속이다. 직벽 밑 깊은 수심에서 파도는 더 거칠게 움직여 물속의 바늘과 봉돌을 띄워버린다.

따라서 진정한 꾼은 찌를 통해서 물속에 있는 고기의 마음과 바늘의 상황을 읽는다. 그래야 바늘과 고기를 만나게 할 수 있다.

알파고의 충격 이후 우리 사회에는 미래 교육에 대한 온갖 주장이 분분하다. "지금 아이들이 배우는 것의 80~90%는 20년 후엔 쓸모가 없으니 핵심 역량을 길러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코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웬만한 일은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다. 그러니 복잡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설정할 수 있는 창의 융합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

각각의 대안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논의는 은연중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교육을 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퍼뜨린다. 세상의 변화 속도에 압도된 나머지 조급증이 앞선 것이다. 미래 교육에 대한 제안들이 혹여 찌만 쳐다보고 물속 상황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거도의 세찬 조류에서 감성돔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비싼 새 장비가 아니라 바닷속 조류에도 떠오르지 않는 묵직한 봉돌이었다. 마찬가지로 예측하기 힘든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코딩 교육이나 창의 융합 역량을 키우는 수업도 필요하지만, 교육의 근본에 충실한 것이 더 시급하고 절실한 해법이다.

지금의 10대는 한 직장을 안정적으로 다니기 힘들며 일생 동안 직업을 평균 일곱 번 이상 바꿔야 한다. 따라서 성실한 노동자 양성을 목표로 표준화된 지식을 주입하고, 위계질서에 순응하는 몸을 기르려 했던 근대적 학교의 교육 체계는 이제 그 효용을 다해가고 있다.


그런 만큼 인간이 감각, 욕망, 감정, 의지, 지성을 지닌 전인적 존재라는 점을 직시하고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게 각 요소를 적절히 자극하는 것, 그리하여 아이들 내면의 힘을 단단하게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을 비교와 경쟁의 틀 속에 밀어넣지 않고 아이들이 각자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도록 도우며, 아이들의 타고난 호기심과 에너지를 살려야 한다.

그러니 미래를 대비한다고 특별히 새로운 방법으로 찌를 던질 필요는 없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세심한 관찰과 애정, 신뢰라는 찌를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게 꾸준하게 던질 뿐. 그렇게 우리의 찌가 아이들 내면의 작은 싹과 만날 때 아이들은 성장한다.

[정광필 50+인생학교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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