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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미국GM의 구조조정을 반면교사 삼아라

  • 입력 : 2018.02.14 15:40:32   수정 :2018.02.14 15: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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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밝혔다. 최고경영자 메리 배라가 호주와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자회사 오펠을 매각한 현 상황에서 한국에서도 철수할 수 있다고 언급한 후라 놀라운 일은 아니다. 현재 글로벌 GM은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시장에 집중하며 자율주행과 전기차량을 비롯해 기술 투자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연구개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비용조건이 나쁘고 시장이 충분하지 않은 한국이 글로벌 구조조정에서 공장 폐쇄 또는 철수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 철수 카드를 내민 GM 역시 과거에는 손실에 허덕이던 회사였기에 그 회생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다. 미국 GM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GM은 387억달러(약 42조원) 손실을 보였고 금융위기 와중에는 현금 부족으로 미국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으로 긴급자금 134억달러(약 14조원)를 지원하고,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구조조정을 조건부로 추가 지원한다.

이에 따라 GM은 자산을 처분하고 허머, 새턴, 폰티액, 사브 브랜드가 폐지되거나 매각된다.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2008년 47개에 이르던 미국 공장을 30여 개로 축소하고 2008년 9만2000명에 달하던 근로자를 7만명 수준으로 감축한다.

이렇게 구(舊)GM은 신(新)GM으로 재탄생한다. 재원을 투입해 GM을 살리되 전면적인 구조조정으로 생존 가능한 사업에 집중해 회생시키고 나머지는 정리하는 방식이다. 연명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원칙하에 구조조정을 하며 GM은 변신했고 미국 자동차산업은 재도약이 가능했다.

현재 우리도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많지만 실제 구조조정은 거의 되지 않고 있다. 한국GM도 마찬가지다. 또한 사실상 파산 상태로 국책금융기관 산하에 유지되는 곳도 구조조정 없이 연명하고 있다. 특히 이런 기업이 정부 지원으로 유지되면서 해당 산업에 그나마 경쟁력 있던 다른 회사가 생존을 위협받고 부실해지고 있다. 실직 위험으로 근로자가 생계를 지원받고 재취업을 위해 교육·훈련을 제공받는 것은 물론 필요하지만, 부실기업을 유지하는 것이 정책 목표가 돼선 곤란하다.

이는 한국GM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실적 부진으로 경영난에 봉착한 현 상황을 타개하려 GM 본사는 우리 정부와 국책금융기관에 재정과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협력업체와 직원도 상당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일관된 기준과 원칙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관된 기준의 핵심 원칙은 현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구조조정 계획의 수립, 그리고 이러한 구조조정이 실시된다면 장기에 생존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사전에 점검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 구조조정에도 국제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면 재정 지원으로 몇 년 더 연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부 지원과 함께 철수를 보류했던 호주에서도 결국 GM은 정부 지원 중단과 함께 수익을 낼 수 없게 되자 철수라는 결정을 내렸다. 물론 구조조정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생존 가능한 부분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생존 불가능한 분야에 대한 확실한 정리로 오히려 회생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평가에 의한 구조조정 조건부 지원에도 장기 생존 가망이 커지지 않는다면 이후 점검을 통해 사후에라도 정리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기아자동차에서는 `국민 회사`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이 지연되며 부실이 확산된 결과, 취약해진 경제를 충격에 노출시킨 사례가 있다. 지금처럼 국책금융기관 산하에 쌓여 가는 부실기업은 미래 위기의 뇌관이다. 현 상황에서 정부의 핵심 역할은 한국GM을 포함해 경쟁력 없는 기업에 대한 연명 지원이 아니라 비합리적 규제와 정책을 제거하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지원해 자율적인 기업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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