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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VIEW POINT] 중동 의료수출? 자화자찬 이제 그만…

  • 이병문 
  • 입력 : 2018.02.14 15:38:57   수정 :2018.02.14 17: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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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2014년 9월부터 위탁운영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은 한국 의료 수출의 대표적 성공모델로 손꼽힌다. 서울대병원은 5년간 위탁운영 예산으로 1조원을 지원받고, 매년 위탁운영 수수료 70억~80억원과 인건비 약 400억원의 수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 병원인 서울대병원의 해외 진출은 정부 안팎에서 찬사로 이어졌다.

UAE는 운영 입찰에서 미국, 영국, 독일 병원 대신 서울대병원을 선택한 결정이 옳았고 미국 일류 병원에서 찾기 힘든 열정과 역량을 봤다고 칭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 가보니 작지 않은 괴리감이 느껴졌다. 서울대 의료진 대우와 처우가 녹록지 않았다.

왕립 SKSH병원은 이름에 걸맞게 인파가 붐비는 도심 중심가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주변에 집 한 채 없는 허허벌판 사막 한가운데에 있다. 두바이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311번 무함마드 빈자헤드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1시간30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외딴 곳에 있다. UAE가 또 다른 위탁운영을 맡기고 있는 미국 클리블랜드나 존스홉킨스 등이 아부다비 시내 중심가에 있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SKSH병원은 `UAE 왕립병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대통령실 부속 라스알카이마 지역 셰이크 칼리파 특별 병원`이다. UAE 대통령은 영토가 가장 큰 아부다비 국왕(셰이크 칼리파)이 맡고 있어 SKSH병원을 듣기 좋게 왕립 병원이라고 부른다. 이 병원은 아부다비 국왕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UAE 소속 이웃 왕국 샤르자에 세워준 `자선병원`에 가깝다.

위탁운영비도 KPI(주요 실적) 지표를 엄격히 심사해 통과해야만 받을 수 있다. 최근 3년간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정지원이 넉넉지 않아 운영비 지출을 까다롭게 심사하고 아랍 상인답게 10원짜리 하나 허술하게 관리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진료비는 무료이지만 30분 이상 진료를 봐야 하고 미국과 유럽의 유명 병원 진료기록부를 들고 와서 따지는 환자도 허다하다. UAE 현지에서 한국 의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을 시작하던 2014년 SKSH병원은 20만㎡ 용지(병원 면적 6만5000㎡)에 건물과 일부 의료기기만 설치돼 있었다. 현재 암·뇌신경·심장혈관 질환에 특화된 246병상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SKSH병원은 주변 687개 병원에서 환자 약 1만1000명의 진료와 수술을 의뢰받을 정도로 서울대 의료진의 피와 땀이 결실을 맺고 있다. 한국 직원은 250명(의사 59명, 간호사 85명)으로 4년 전보다 100명이 줄었다.

성명훈 SKSH병원 원장은 "아랍은 미국과 유럽 의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서울대 의료진과 직원들이 지난 4년간 열심히 한 덕분에 두바이, 아부다비와 같은 대도시에서 환자들이 찾아온다"며 "우리 한국 의사가 아니면 고칠 수 없다는 말에 이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는 아랍 의료 시장을 감안하면 국내 병원에 추가 위탁운영이나 병원 진출을 요청하는 제안이 뒤따라야 했다. 하지만 한국으로의 환자 송출 협력, 의료인 연수 등과 같은 MOU 체결에 머무르는 게 현실이다. 6개 아랍 산유국 협력기구인 GCC(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의 헬스케어 시장은 2015년 403억달러(약 45조원)에서 2020년 713억달러(약 80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향후 4년간 병상 1만2000개가 추가로 필요하다.

아랍은 세계 헬스케어의 각축장이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메이오클리닉, 존스홉킨스, 클리블랜드, 하버드 메디컬 인터내셔널 등을 유치해 현지 병원과 협력·교류로 의료 수준을 끌어올리고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UAE는 2016년 아시아, 아랍, 유럽 등에서 의료관광객 32만6649명을 유치해 10억디르함(AED·약 3000억원)을 벌어들였다. 그해 UAE 국민 3562명이 한국으로 의료관광을 떠났지만 한국(36만4000명)과 맞먹는 환자를 유치했다.

아랍 국가가 미국과 유럽의 의과대학·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의료 수준이 세계적이고, 무엇보다 의료진의 글로벌화로 언어 소통에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도 냉정한 평가와 함께 구체적 전략과 비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 첫걸음이 바로 `국제병원`이다.
국내든 UAE든 국제병원을 만들어 글로벌 수준에 걸맞은 의사와 간호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바이나 아부다비에는 미국과 유럽의 유명 병원, 의과대학이 거의 모두 들어와 있다. 이들 의과대학은 중동에 진출한 병원과 협력해 임상연구, 교육, 진료를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이 영리와 해외 투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동안 국내 의료 경쟁력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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