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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장경덕 칼럼] 경제대통령 뽑기

  • 장경덕 
  • 입력 : 2018.02.13 17:16:08   수정 :2018.02.13 17: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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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증시는 어느 때보다 화끈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거품 논쟁도 뜨겁다. `연준모델`이라는 것도 분석가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금리 수준에 견줘 주식의 거품을 가늠하는 셈법이다.
지금 미국의 주식수익률(상장사들 예상 순익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은 약 6%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을 3%포인트쯤 웃돌고 있다. 안전 자산 대신 위험한 주식을 산 대가로 프리미엄을 받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프리미엄은 평균 4%포인트였다. 한국의 주식수익률은 10%대로 3년 만기 국채수익률을 8%포인트 넘게 웃돌고 있다. 이 프리미엄은 2008년 이후 평균 7%포인트 남짓했다.

연준모델은 기업 실적과 주가 수준뿐만 아니라 금리 움직임에 주목한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의 프리미엄이 줄면서 매력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투자자들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통화당국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10년 전 금융위기 때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사상 최저로 끌어내렸다. 그에 따라 유동성이 홍수를 이루었고 빈사 상태의 자본시장은 살아났다. 그리고 이제 거품을 걱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통화 남발을 끔찍이 싫어하는 자유지상주의자가 고안했을 비트코인이 이제 인위적인 유동성 홍수에 따른 투기의 대상이 된 건 역설적이다).

누구든 거품 속에서는 거품을 볼 수 없으므로 최종 판단은 훗날로 미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건 이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비둘기파인 제롬 파월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가공할 유동성 폭탄을 터뜨렸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연임이 확실시된다. 성장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디플레이션의 악몽에서 확실히 벗어나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선택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위기 대응 때 씨앗이 뿌려진 또 다른 위기를 막아야 한다. 금융위기 당시 사상 초유의 양적완화(QE)를 단행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참호 속에서 이념을 논할 자는 없다"고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때는 확실히 이론보다 행동이 중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쏟아냈던 정책들을 주워 담아야 할 때다.

이제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는 다음달 말에 끝난다. 한 달 안에 차기 총재가 나와야 한다.

중앙은행 수장은 경제 대통령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한은 총재를 비롯한 7인의 현자가 결정하는 금리는 4500조원에 이르는 유동성(L)에 파장을 미친다. 경제부총리가 국회 눈치를 보며 굴리는 예산은 그 10분의 1도 안 된다.

차기 한은 총재는 엄청난 딜레마를 안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장기 저성장의 암울한 전망에 가위눌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산시장 거품이 꺼질 때의 패닉을 걱정해야 한다. 진보 정권과의 동행은 딜레마를 증폭시킬 것이다. 집과 땅에 대한 투기를 잠재울 수 있게 금리를 빨리 올리라는 주문과, 성장을 부추기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인상을 늦추라는 압박을 동시에 받게 될 것이다. 강남 집값은 특수 요인에 따른 것이라 치더라도 궁극적인 투기 자산인 토지의 가격이 광범위하게 오르고 있는 건 심상치 않다. 한국 경제의 잠재력 수준으로 성장이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일자리에 대한 갈증이 심해지는 것도 그렇다.

그럴수록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언제나 그렇겠지만 특히 이번에 뽑을 한은 총재는 경제대통령 위상에 걸맞은 뛰어난 지적 리더십과 최고 수준의 신뢰를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 신뢰가 없으면 단호하게 금리를 올리는 악역도, 과감하게 금리를 내리는 결단도 할 수 없다.

지나친 정치색은 배제해야 한다. 현 정부와 임기를 함께하는 차기 총재는 정권의 입맛에 맞춘다는 오해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선거 때 금리 인하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을 두고 "내가 그를 연임시켰지만(reappointed) 그는 나를 실망시켰다(disappointed)"고 했다. 청와대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을 한은 총재를 골라야 한다. 대출이자부터 주가와 집값과 사람의 몸값까지 모두 그의 손에 달려 있다. 문재인정부 경제운용의 성패도 그에게 달려 있다.

[장경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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