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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필동정담] 백악관 가정폭력 스캔들

  • 노원명 
  • 입력 : 2018.02.12 17:11:27   수정 :2018.02.12 17: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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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수 중 현지 공무원들과 친해질 일이 두 번 있었다. 하루는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프라이팬에 쇠고기를 구웠다. 환풍 기능이 약해 집 안에 있는 화재경보기가 계속 울렸다. 빠른 환기를 위해 현관문을 열어젖힌 것이 실수였다.
연기가 복도로 빠져나가면서 아파트 전체 경보기가 작동하고 말았다. 집채만 한 소방차가 도착했다. 상황이 종료된 후 소방관에게 벌금이 얼마냐고 물었다. "당신이 잘못한 게 없지 않으냐. 그런데 고기는 오븐에 구워 먹어라." 쌀쌀맞게 느껴지던 소방관이 영화배우 맷 데이먼처럼 멋있게 보였다. 이게 소극이었다면 두 번째는 좀 아찔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아내와 실랑이를 하다 911에 전화를 걸었다. 물론 장난이었다. 영어도 아닌 한국어로 "거기 911이죠?"하고 묻고 끊은 듯한데 바로 경찰에서 전화가 왔다. "방금 당신 번호로 아이에게서 신고가 들어왔다. 아이와 통화할 수 있겠는가." 겁먹은 아들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임 오케이(I`m okay)`를 연발했으나 정확히 15분 만에 경찰이 현관벨을 눌렀다. 경험이 많아 보이는 경찰은 별말 없이 아들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굿 보이(good boy)` 하고는 가 버렸다.

미국이 무서운 나라라는 걸 실감한 아내와 나는 이후 언쟁을 할 때도 숨을 죽여야 했다. 혹시 이웃집에서 신고라도 할까 봐서. 그런 경험도 있고 또 워낙 인권 보호가 체질화된 나라이기에 체류기간 중 미국의 가정폭력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법이 아무리 엄격해도 인간사를 다 규율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롭 포터 백악관 선임비서관이 전처 두 명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물러났다. 포터는 하버드와 옥스퍼드대를 나왔고 초엘리트 증명서로 통하는 `로즈 장학생` 출신이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연설문 업무를 담당해온 데이비드 소런슨이 역시 전처 폭행 혐의로 사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관리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표명하는 등 파장이 크다고 한다. 모든 가정폭력은 문제지만 배운 자의 그것은 특히 혐오스럽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수신제가가 아니면 치국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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