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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정책도 쇼트트랙처럼 '타이밍'이 핵심이다

  • 정혁훈 
  • 입력 : 2018.02.12 17:07:34   수정 :2018.02.12 17: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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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인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된 임효준 선수. 그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 건 총 14바퀴 중 3바퀴를 남겨둔 상황에서였다. 맨 앞에 달리던 네덜란드 싱키 크네흐트 선수를 제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코너 진입 직전 "싱키가 조금씩 지쳐가고 있어요. 이때 나가줘야 돼요"라는 TV 해설자 멘트가 끝나기 무섭게 임 선수는 스퍼트를 올리면서 순식간에 그를 뒤로 밀어냈다. 이날 경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만약 임 선수가 보다 일찍 치고 나갔다면 결승선에 들어오기 전에 지쳤을 것이고, 보다 늦게 스퍼트를 했으면 뒤에 있던 선수가 치고 나와 선두를 뺏겼을 가능성이 크다. 스퍼트 타이밍이 승부수였던 셈이다.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싱키가 임 선수 어깨를 양손으로 짚었다가 한 손으로 헬멧을 툭툭 치며 지나친 것은 "너의 영리한 플레이에 내가 졌다. 두 손 들었다"는 패배의 인정이자 값진 승리에 대한 진심의 축하로 보였다.

타이밍이 중요한 건 운동경기에서만이 아니다. 정책도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같은 정책도 타이밍에 따라 좋은 정책이 되기도 하고 나쁜 정책이 되기도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주 발표한 한·스위스 통화스왑은 타이밍이 좋은 사례로 꼽을 만하다. 금액은 한중 통화스왑의 5분의 1도 안되지만 시기 면에서는 효과가 그에 못지않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호시탐탐 국내 시장을 노리곤 하던 `자본유출 악령`이 다시 스멀스멀 살아나려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외 충격에 여전히 취약한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시장 한파 속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예방주사로는 한·스위스 통화스왑의 가성비가 그만이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시행된 정책들 중에는 타이밍이 적절치 않은 것이 많아 안타깝다.

한 직장인의 자살까지 초래한 비트코인 값 폭락 사태는 정부의 때늦은 시장 규제가 빚은 참사라 할 만하다. 정부는 일찌감치 비트코인 시장 규제 필요성을 검토했지만 어느 부처도 총대를 메지 않으려고 미루는 사이 비트코인 값만 더 폭등했다. 정부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느낀 건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000만원을 돌파한 지난해 11월쯤이었다. 급하게 해결하려다보니 불필요한 `거래소 폐쇄 논란`만 빚고 말았다. 결국 연말에야 실명제 중심의 규제책이 발표됐고, 최근의 폭락 사태로 이어졌다. 정부가 조금 더 일찍 정교한 규제 방안을 도입했더라면 투자자 피해를 지금보다는 줄일 수 있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는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주 최저임금 1만원 목표에 대해 "꼭 2020년으로 시기를 못 박지 않겠다"며 시장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지만 때늦은 감이 크다. 올해는 어쩔 수 없이 16.4% 인상했지만 이후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겠다는 공표만 조금 더 일찍 이뤄졌어도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현장의 혼란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불러일으킨 `재건축 연한 30년에서 40년 확대 추진` 소동도 마찬가지다. 오해를 살 만한 발언으로 주무장관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도 문제지만 혼란을 보면서도 짐짓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더 문제다. 시장 혼란 발생 후 20일이 지나서야 "하지도 않은 말이 한 것처럼 확대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그동안 시장 혼란을 방치한 것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시장의 해석을 바로잡을 타이밍을 놓친 대가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치러야 할지 모른다.


운동선수든 정책담당자든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각고의 노력과 현장 경험을 통해 그 분야의 진정한 프로가 되지 않고는 어렵다. 하물며 실전 감각이 부족하거나, 현실은 도외시한 채 신념에만 사로잡혀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너무 일찍 앞질러 가려다가 힘이 빠져 막판에 추월을 허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정혁훈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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