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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한류 이야기] 의례음식의 민주주의

  • 입력 : 2017.12.29 16:11:39   수정 :2017.12.29 20: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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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아쉬움 속에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어찌 세월만이 아쉽게 흐른다고 할까. 사람도 올 때가 있으면 갈 때가 있는 법인데도 우리는 사람과의 헤어짐엔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사람의 한평생을 이렇게 오고 가는 한 해에 비유해 보면 열두 달 안에 우리가 치러야 할 통과의례는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인생사를 좁은 길이라는 비유의 단어를 쓴 통과의례의 영문, `Rite of Passage`가 좀 더 낭만적으로 느껴지는데 돌아올 수 없는 일방통행의 시간 길이 인생이기에 아마도 우리는 열심히 그 시절에 맞는 의식들을 찾아 꼬박꼬박 챙기고 사는가 보다.
출생, 성장, 결혼, 죽음 등 생물학적 단계와 지위 변화에 따른 사회적 단계에서 거치는 의례 행사들은 규모나 내용만이 조금씩 다를 뿐 세계 공통적으로 거의 비슷하게 행해지고 있고 이 의례 때마다 여러 사람이 모여 기념하는 것이 상례다. 이때 장만하는 음식은 모인 사람들을 결속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의례음식은 단순한 식사의 개념을 넘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상징이 되었다. 돌잔치에서 수수팥떡은 아이 일생에 해가 되는 것을 없애주는 부적이 되고, 결혼식에서의 국수는 일생을 같이할 부부에게 변치 않는 사랑으로 오래 같이 행복하라는 축원이 된다. 이런 의례음식은 마음을 더한 정성으로 준비된다. 이 통과의례 중 가장 주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큰 두 행사가 있으니 그것은 결혼식과 장례식이 될 것이다.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단출해진 가족 형태는 이 의례 행사와 음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형식의 간소화와 편리함을 꾀하는 변화를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간소함 속에 음식은 어떤 규칙 같은 획일성을 띠게 되었다. 신부들이 가장 꿈꾼다는 특급호텔에서의 결혼식 메인 음식으로 어김없이 스테이크가 준비되고 부티크형 웨딩홀에서는 종류도 셀 수 없을 만큼의 뷔페가 차려진다. 최근에 가 본 어느 결혼식에서는 아주 소박하게 그 지역 향토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부모님 중심의 초대 손님을 벗어나 그 예비 부부의 개성에 맞게 준비된 식장과 음식을 보니 이들만의 특별한 사랑을 축하하는 마음이 더 커진 것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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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의 음식은 획일성이 더하다. 집에서 장례를 치를 때 이웃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치르지 못했던 예전의 생활상을 이어갈 수 없어지며 1990년대부터 급격히 바뀐 장례 형태는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긴 상주들의 짐을 덜어준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에라도 명시된 것처럼 어느 장례식장에서나 똑같은 일회용 접시에 담긴 육개장으로 통일된 음식을 주는 것에 큰 의문이 든다. 문상객은 먹으러 빈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떠난 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가는 것이나 찾아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이고 이것을 반영하여 준비하게 된 것이 오늘날의 육개장이 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육개장을 좋아한다. 그러나 앉자마자 가는 분께 드린 마지막 인사의 여운도 없이 내놓이는 스티로폼 그릇에 담긴 육개장을 받게 되면 예의상 몇 숟가락이라도 뜨는 척하다 경황없이 빈소를 나오게 된다. 아마도 우리 후손들은 우리 한식에 있어 장례 음식은 전통적으로 육개장만이라고 믿게 될지 모른다. 이렇게 경황없이, 정성 없이 차린 음식을 내려면 차라리 식사 말고 평소 고인이 좋아하는 차나 간식을 도기에 준비하면 어떨까? 안될 노릇이다. 장례식장에 입찰을 거쳐 들어온 단체급식 업체와 계약을 통해 정해진 수익을 나누어야 하니 어찌 상주나 문상객이 의견을 낼 수 있단 말인가.

뜻을 새기고 마음을 담아야 하는 의례음식이 획일적으로 단일화되는 그 통일성이 나는 답답하고 무섭다.
단일화된 음식보다는 다양성을 가지고, 다시 한번 각자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는 선택 가능한 음식의 민주화를 상상해 본다. 따뜻한 마음을 담아 내어야 하는 의례음식은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울 이유가 없다. 그 마음을 표현만 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을 보내는 아쉬움이 좀 더 덜할 듯도 하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도 이리 큰데 하물며 사람을 보내는 데 있어서 말이다.

[한윤주 콩두 푸드&컬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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