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케네스 로고프 칼럼] 미국은 신흥국에 비만을 수출하고 있다

  • 입력 : 2017.12.27 17:21:46   수정 :2017.12.28 09:24:2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85623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 협상에서 날카로운 공격을 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규제들을 하나씩 철폐하는 데 집중하는 사이 한 가지 중요한 사안이 희생되고 있다. 글로벌 비만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동안 비만율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비만은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누릴 수 있었던 건강과 기대수명을 급격히 저하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닌다.
근대 글로벌 자본주의의 역설은 전 세계에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인구가 8000만명이지만 동시에 비만 인구도 7000만명(비만 아동 1000만명 포함)이나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사실이 곧바로 연결된다고 할 수는 없다. 세계 빈곤의 상당 부분은 내전이나 정부의 불능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비만은 빈곤과 달리 더 많은 국가에 적용된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유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비만 인구를 찾아볼 수 있긴 하지만 미국, 영국 등 부유한 국가들에서 비만이 특히 유행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최근 미국인의 40%가 비만(체질량지수를 뜻하는 BMI 30 이상 기준)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12~19세 청소년 비만율 20.6%를 포함한 수치다.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 여성의 평균 몸무게(75㎏)는 1960년대 미국 남성의 평균 몸무게보다 많이 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1960년 이후 미국인의 평균 신장이 2.5㎝밖에 늘지 않은 것에 비해 몸무게는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역학은 현재 유럽, 중남미, 심지어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비만의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가공식품을 권장하는 사회 문화와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이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신흥국의 경우 급격한 도시화와 서구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려는 욕망도 비만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많은 정부는 영양 교육을 증진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식품업계 광고는 이런 노력을 무마시키고 있으며 미국의 무역 로비스트들은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를 수출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의 성인 비만율이 1993년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맺은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실제로 나프타 조약 체결 이후 미국 가공식품 산업과 광고 업계에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규제 당국자들은 그동안 이 같은 비만의 확산을 억제하려는 노력에 소홀했다. 영양 교육이 허술했던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정부가 실행한 비만 치료 교육은 칼로리 조절과 같은 매우 기술적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음식에 따라 식욕에 미치는 영향이 천차만별인데 이런 디테일한 부분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영양 교육 말고도 정부가 사람들의 식습관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영국과 프랑스 등 여러 국가가 실행한 것처럼 아동이 접할 수 있는 식품 광고를 규제할 수도 있다. 혹은 다리우시 모자파리안 터프츠 의대 교수가 필자와 함께 제안한 방법을 쓸 수도 있다.
담배처럼 가공식품에도 세금을 물리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여기서 발생하는 세수는 좀 더 건강한 식품을 연구하는 데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오바마 정권의 유산을 지우는 데 워낙 바쁘다 보니 비만 치료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는 어찌 보면 허황된 꿈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라도 미국과 새로운 무역 관계를 맺는 나라들(유럽을 탈퇴하는 영국이나 나프타 이후의 캐나다 등)은 비만과의 전쟁에서 더 조심해야 한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2018년 제2 강남은 어디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