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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코리아 뉴어젠다] 美·中 북핵 빅딜 가능성 높아졌다

  • 입력 : 2017.12.25 17:27:01   수정 :2017.12.28 18: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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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미국의 최우선 안보 이슈는 테러와의 전쟁이었다.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긴 9·11 사건 이후 미국은 막대한 군사력을 동원해 테러와의 전쟁을 치러왔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북핵 위협이 미국의 최우선 안보 이슈로 부상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미국 본토 타격 가능성이 인정된 순간 북한이 중동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 된 것이다.
현재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핵공격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와 중국도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갖고 있는데, 왜 유독 북한의 핵미사일에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의아해할 수 있다. 버튼 하나로 핵미사일이 발사될 수 있는 만큼 발사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화된 절차가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이 국제적으로 아무런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미사일을 이성적이고 안전하게 잘 관리할 것이라고 막연히 희망할 수만은 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또 미국이 첨단 미사일방어체계를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하늘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100% 성공적으로 요격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특히 여러 개의 미사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될 경우 요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스탠퍼드대를 방문한 미국 고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가지 옵션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이 직접 나서 북핵 위협을 군사적으로 제거하든지, 아니면 중국이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막을 들여다보면 두 옵션 모두 중국이 깊이 관여된다.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북한이 혼란에 빠지면 국경지역 봉쇄 및 핵시설 확보를 위해 중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도 중국도 서로 간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은 피하고 싶어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북핵 위기로 인해 중국과 미국 모두가 서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전통적인 국제관계보다는 미국에 이익이 되는 딜을 중시한다. 만약 중국이 북핵 제거를 위해 적극적으로 미국을 도와준다면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자는 주장이 조금씩 힘을 받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헨리 키신저가 제안한 미·중 간의 `빅딜`이다. 미국 내에서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 `빅딜론`이 제기됐을 때 중국이 왜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하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중국은 한반도 현상 유지를 원하고 국경지대 혼란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미국이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로 보인다. 지역의 패권국가로 재도약하고자 하는 시진핑의 중국에 미국은 걸림돌이다.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의해 견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중국에, 특히 국경을 맞닿은 한반도의 주한미군은 몹시 불편한 존재다.

북·중 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됐고, 한미 관계 또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에 더 큰 영향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미군 없는 한반도는 중국에 전략적 가치가 높다. 즉 미국과의 `빅딜`은 중국에도 과거의 패권주의로 회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며칠 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 유사시 미군이 북한에 들어가야 할 경우 신속히 핵을 확보하고 38선 아래로 내려오겠다고 중국에 확신을 줬다고 얘기했다. 미국이 북한 유사시에 대비해 중국과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석상에서 알린 것은 처음이다. 미국과 중국은 현실을 직시하고 북핵 사태 와중에 서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북핵 사태의 심각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한반도에서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단순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한국이 챙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반도의 지도가 또다시 주변 국가들에 의해 그려지지 않도록 한국 나름대로의 `빅딜`을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

[이용석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한국학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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