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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터무니찾기] 모든 걸 집어삼키는 진영논리

  • 입력 : 2017.12.22 15:47:24   수정 :2017.12.28 18: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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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고전에 나옴 직한 말이자, 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표현이다. 명분과 큰 뜻을 위해 사사로운 이익이나 개인 간의 정은 버린다는 거창한 의미가 담겼다. 멋지고 폼 난다.
큰 인물, 큰 정치인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명제나 당위가 현실에선 이상하게 변질되듯이 이 말 역시 현실에서는 딴판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 이익과 승리를 위해서라면 우리 편의 사소한 잘못은 두둔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논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만이 대의이고, 우리의 잘못은 사소한 것이고 심지어 아무것도 아니어야 한다는 진영 논리가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듯하다.

#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급작스러운 아랍에미리트(UAE) 방문과 이에 대한 청와대의 미진한 설명, 임 실장의 휴가, 청와대의 거듭된 해명 등 이른바 `UAE 방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분명 외교적 사안인데 청와대 비서실장이 등장했고, 막상 주무부처 책임자인 외교장관은 내용을 모른다고 한다. 언론에서 사진이 공개될 때마다 청와대는 찔끔찔끔 해명할 뿐이다.

야당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따져보겠다고 했다. 과정이 거칠었지만 야당의 반응은 이해할 만하다. 합리적 의심이 꼬리를 무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임 실장은 휴가를 떠났다.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면 될 듯했는데, 그저 아니라고 하다가 의혹만 키웠다.

더 눈길을 잡은 건 집권 여당의 태도였다. 두둔에만 관심이 있는 듯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을 묻기 위해 운영위를 소집해야 한다는 야당을 향해 "떠도는 지라시에 청와대 관련 내용이 나올 때마다 운영위를 소집해야 하는 거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혹의 내용보다는 운영위 소집 과정이 일방적이라는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지라시란 단어가 등장하고, 내용보다는 과정을 문제 삼는 모습에선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 듯한 인상마저 준다. 여당은 청와대 의중을 대의로 여기면서 무엇인가 문제가 있지만 애써 사소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거듭되는 불통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이 진저리 친 게 불과 1년여 전 일인데 말이다.

# 진영 논리에 자유로워 보이지 않기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대선 당시 홍준표 대표와 관련한 한국당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을 밝혔다. 그는 "대선 때 홍 대표의 발정제 사건으로 우리 대변인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방송에서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해주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십니까"라고 털어놓았다.

당시 홍 대표의 성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경쟁 후보들의 지적과 여론의 분노가 있었고, 그에 따라 사과도 있었지만 한국당 사람들은 "혈기왕성할 때 벌어진 일"이라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깊은 반성보다는 지나간 과거의 것을 경쟁자들이 문제 삼는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류 최고위원의 글로 당시 한국당 사람들도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을 할 수 있다. 결국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를 무찌르고 승리를 해야 한다는 `대의` 앞에 우리 편의 잘못은 `소`이고 아무것도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이 아니었나 말이다.

# 진영 논리는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옳음보다는 누구 편인가를 기준으로 싸운다. 하나의 기사를 두고 진영 논리로 무장한 댓글들이 수시로 충돌한다. 이런 주장들에 묻혀 진실은 흐려지고 핵심은 부차적인 것으로 격하된다. 국민의 매서운 눈과 걸러내는 귀가 지금보다 절실할 때도 없는 듯하다.

[이상훈 레이더P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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