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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자존감] 연말엔 쉬라, 스스로 격려하라

  • 입력 : 2017.12.20 17:10:02   수정 :2017.12.20 19: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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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엔 시험만 없으면 살 것 같았다.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듯 우리는 취업을 갈망했다. 그런데 웬걸? 막상 취업을 해보니 오히려 스트레스는 더하다. 왜일까? 지겨운 시험도 없는데, 나약해서일까? 게을러서일까? 아니면 운이 없어서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직장의 스트레스는 학생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학생들이 겪는 스트레스도 강력하지만 그건 끝이 있는 스트레스다. 시험 기간이 끝나면 스트레스도 끝나고 아무리 좋은 성적을 얻고 싶어도 100점을 넘어설 수 없다. 20문제를 냈는데, 25문제를 맞힐 수는 없다. 반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끝이 없다. 팀이 열심히 노력해서 목표인 100억원을 달성했다고 치자. 기쁜 일이고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내년 목표는 120억원으로 잡힐 것이다. 돈을 버는 일은 시험과는 달리 상한선이 없다. 달성할 목표는 갈수록 커지고, 일의 범위는 늘어나고 도무지 만족, 졸업이란 게 없다.

두 번째, 직장인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다. 수험생은 비슷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또한 암묵적으로 `수험생은 힘들다`는 동의가 있다. 그래서 수험생을 둔 부모들은 몸가짐까지 조심한다. 수험생은 당당하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취직을 했다는 건 무조건 좋은 일, 부러움을 살 일이다. 그러니 함부로 "힘들다"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 힘들다고 하면 "힘들어도 꾹 참고 다녀야지" "요즘 취업이 얼마나 힘든데" 하는 과민반응부터 날아온다. 당장 그만두겠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직장 동료들은 또 어떤가? 하루 종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옆자리에 앉아 있지만 맡은 역할과 직책은 모두 다르다. 그들과 속내를 다 털어놓긴 쉽지 않다. 자신감이 떨어져서 일을 못할 때도 하소연할 사람이 없고, 일이 안 되니까 자신감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정서적으로 고립되기 쉽다.

세 번째, 이 시기엔 할 일도 많아진다. 돈도 벌어야 하지만 사랑도 해야 하고, 가정도 꾸려야 하고, 효도도 해야 한다. 배우자를 정서적으로 지지하며 양육도 해야 하고 경조사도 챙겨야 한다. 싱글들도 마찬가지다. 늘어나는 주위 잔소리와 간섭은 이민을 가고 싶게 만들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다니면 삶의 보람을 느끼고, 마음도 안정을 찾겠지` 기대했지만 오히려 여유도 없고 늘 쫓기는 기분이 든다. 스트레스는 크고, 회복할 시간은 적다. 언제쯤 이 시간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을까 자문하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으니 더 막막하다.

연말이 되면, 회사에서는 한 해 업무를 결산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1년을 돌아보게 된다. 이런 때는 지나친 비교를 하고 자기 비하를 하기 쉽다. 물론 회사의 불합리한 점이나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직장은 원래 다니기 힘든 곳이란 점도 기억해야 한다. 오죽하면 돈까지 쥐어주며 우리를 유인하겠나? 출근하기 싫고 도망치고 싶은 건 나약해서만이 결코 아니다.

연말은 한 해 쉼 없는 스트레스를 견뎌낸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해줘야 할 때다. 비록 뚜렷한 성과가 없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난 제법 잘 버텨냈어!"라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인생은 길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 똑같이 시작했어도 누군가는 앞서 가고 누군가는 조금 뒤처진다.
걷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고, 그럴 때 앞선 사람을 보며 "난 여기까지밖에 못 왔어"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앞선 사람이 어느새 내 뒤에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중도 포기를 하지 않는 것. 우리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다른 자원도 있다는 뜻이다.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자신이 가진 것과 얻은 것을 떠올려보자. 일상을 버텨낸 능력, 이것이야말로 사실 엄청난 능력이다.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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