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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조세회피처' 지목될 때까지 정부는 뭘 하고 있었나

  • 입력 : 2017.12.07 0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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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17개국에 포함시켰다. 경제자유구역과 외국인투자지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제도가 내·외국인을 차별하고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유해조세제도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유럽 각국이 개별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조사한 적은 있지만 EU 차원에서 통합 목록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한국이 들어간 것이다.
EU가 어떤 제재를 가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11위 경제대국인 한국이 나미비아와 사모아 같은 저개발국이나 자치령 국가 취급을 받은 것만으로도 매우 불쾌한 일이다.

이번 EU 결정은 우리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정부 입장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국인 투자지원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의 BEPS(다국적기업의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행위) 프로젝트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다른 국제기준에서는 문제가 없고 조세주권 문제도 있는 것"이라며 EU 측에 서신을 보내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EU는 지난해 말 조세회피 블랙리스트 후보국을 선정하고 해당 국가에 세부 정보를 요구했다고 한다. 1년 가까이 블랙리스트 선별 작업을 벌인 셈이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들어가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정부가 무능했거나 안이한 생각에 빠져 시간만 보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은 경제적으로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견제와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무차별적 경제 보복을 서슴없이 감행했고,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통상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EU까지 몰아붙인다면 우리는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국가 위상과 국익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가장 큰 책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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