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칼럼

[김세형 칼럼] 한국의 정치와 기업

  • 김세형
  • 입력 : 2017.12.05 17:38:37   수정 :2017.12.05 19:09:1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80652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미국이 법인세를 20%로 낮추고 상속세를 폐지하는 방침 등을 확정한 다음날 한국은 법인세 인상, 부자 증세를 단행했다. 한미 간 세율은 단번에 역전됐다. 이 땅의 경영인, 기업인들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란 낱말이 떠올랐을 것이다.

"청와대에는 운동권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어 재계가 대화를 하고 싶어도 창구가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눈 밖에 나서 아예 상대도 안 해준다.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뭐냐?" 지난주 관훈클럽에 나온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언론인들이 물은 질문이다.

이에 이 총리는 "오늘날 한국 경제를 이만큼 키운 공은 대기업이다. 조만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을 만나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또 "한국을 방문한 앤드루 리버리스 듀폰 회장을 만났는데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회장의 식견은 역시 다르더라. 미국의 내년 4%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말에 한국은 큰일났다고 생각했다"고 부언했다. 그러면서 경총을 제쳐 놓았다는 것은 오해이며 "재계가 소통 노력을 더 해달라"고 말했다.

재계는 솔직히 총리가 경총을 제쳐 놓을 계제도 아니고 그런 답변도 변명이라고 여길 것이다. 필자는 총리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글로벌 초일류기업인을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6월 말 문 대통령이 방미 직전 청와대에서 15대 그룹 총수와 회동한 후 대기업과의 관계는 얼음왕국이다.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동연 부총리가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했다. 김 부총리는 당시만 해도 위세에 눌려 침묵했고 김&장 두 사람이 매우 겁나는 소리를 해댔다. 그때 참여한 몇몇 회장들은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도 못 할 분위기였다"고 필자에게 털어놨다. 그후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총 무역협회는 대통령 순방 행렬에도 제외됐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창구 역할을 했는데 그마저 최근 "최저임금 산정 범위를 고치지 않으면 내년 시행이 불가능하다"며 여당을 돌며 호소했다.

정부는 내년에는 1인당 소득 3만달러 돌파를 자랑하겠지만 그 초석은 6~7년 전에 깔아놓은 것이며 솔직히 대기업의 공로다.

한국에서 정치와 기업이 헛바퀴를 도는 현상을 보면서 기업은 무엇인지, 정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분명 그 둘의 영역은 다르다. 기업인은 세계를 상대로 하고 미래를 바라보고 정치는 국내의 인기를 먹으려 과거의 통을 뒤진다.

`기업이란 무엇인가`를 연구해 노벨경제학상(1991년)을 탄 로널드 코스는 "기업의 요체는 거래비용 최소화와 자유"라고 정의했다. 바로 그것이다. 그럼 한국의 상황은 `코스의 정의`에 맞는가?

최저임금 급등, 법인세 인상, 공무원 숫자 9475명 증원 등 큰 정부에다가 기업이 뛰는 데 잔뜩 짐을 지워 놨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이 모두 날씬한 정부로 가는데 한국은 뚱뚱한 정부로 간다. 이 모든 것은 거래비용을 눈덩이처럼 부풀려 코스가 말한 기업의 속도를 느리게 한다. 중국 1위 기업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은 "오늘 떠오른 아이디어를 오늘 저녁까지 실행하지 않으면 내일은 100명의 경쟁자와 싸우게 된다"고 속도전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특히 그렇다.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서 대기업 횡포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해주겠다는 선언이 있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적(敵)인가? 세계 1위 기업으로 떠오르는 아마존을 보라. 불과 20년도 안된 사이 소기업이 초거대 공룡이 됐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구분하기 좋아하는 이념파들은 다시 봐야 한다. 기업은 기업인이 끌고 간다.

프랑스의 라 트리뷴은 "이재용 부회장은 정치의 희생양"이라고 썼다. 2심 판결에 대한 전망을 법조계에 물어보면 정치 분위
綬 판사가 외면할 수 있겠느냐는 말부터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걸핏 하면 재벌을 고발한다.

정치의 본령은 데이비드 이스턴의 말대로 `자원을 배분하는 일`에 그쳐야 한다. 즉 정치는 배분의 법칙만 정하고 공정한 심판자의 위치를 지키고 서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가 시장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으면 시장의 반격을 당한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파리바게뜨 제빵사 직고용에서 탈이 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말한 게 2005년 5월이었다. 슘페터의 말대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 책임은 정치가 진다.

[김세형 논설고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2018년 집 살까 팔까

포토 더보기